이웃 가난 보듬는 임대아파트 바자회 '화제'

입력 2008-11-03 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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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꽃 바자회'에 온 월성무지개어린이집 아이들이 국화 온실안에 활짝 핀 국화꽃에 연방 코끝을 가져가며 향기를 맡고 있다. 정운철기자

"국화꽃 향기처럼 이웃사랑 마음이 퍼질거예요."

31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주공 3단지내 온실. 330㎡ 남짓한 이곳에는 영구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주택관리공단 직원들이 모종을 뿌려 정성껏 가꾼 900본의 국화가 뿜어내는 진한 향기로 가득 찼다. 국화 사이사이 놓인 코끼리, 기린, 사슴 모양의 토피어리(topiary·식물을 여러 가지 동물모양으로 만드는 기술 또는 작품)는 구경나온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온실 앞 주차장에는 작은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아파트 주민들과 주택관리공단 직원, 아름다운 가게에서 십시일반 내놓은 옷가지며, 신발, 핸드백, 양말, 책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주택관리공단과 (재)아름다운 가게가 주최한 '국화꽃 바자회'로 아파트 주민과 동네 주민들이 자그맣게 준비한 온정이 쌓이면서 오후 늦도록 훈훈함이 감돌았다.

3년전 주택관리공단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아파트에 온실을 만들고, 그곳에서 국화를 키워 매년 가을이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터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주민들의 마음이 포개져 '동네잔치'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한아름 옷가지 등을 챙겨나온 민금순(69·여) 할머니는 "바자회에 기증하려고 몇 달 동안 동네를 누비며 옷가지 등을 모았다"며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마음을 안다고, 서로 돕고 사는게 우리네 인정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잡화점에 차려진 물건은 개당 평균 2천원. 책이나 일부 옷가지는 남의 손때가 묻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새 것들이다. 한 주민은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형을 찾아 창고 일을 도와주며 새 신발 수십 켤레를 기증받아 가져왔다"며 "몇 만원짜리 물건이지만 필요한 사람들 가져다 신으라고 1천원, 2천원에 내놨다"고 했다. 두 켤레 500원하는 양말은 1시간도 안돼 200켤레가 모두 동났다.

천원짜리가 하나씩 팔리면서 이날 수입은 300여만원. 물건을 기증한 주민이나 뜻하지 않게 횡재(?)한 주민, 꼭 필요한 물건을 단돈 1천~2천원에 구입한 주민들 모두의 얼굴엔 국화꽃보다 맑은 웃음으로 채워졌다.

이날 수입은 연말에 전액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아름다운가게 월성점 곽연하 매니저는 "정작 자신도 넉넉치 않은 형편에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선뜻 물건을 내놓은 주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너무나 훈훈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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