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後] 시장님, 그림 한 점 사시죠

입력 2008-11-03 08:36:22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제1회 대구아트페어가 2일 끝났다.

이번 대구아트페어는 대구시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대외적으로 관심을 더욱 끌었고 올해 미술시장의 마지막 점검이라는 점에서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았던 행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미술시장의 침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31일에 있은 M옥션의 낙찰률 47%의 소식과 함께 진행된 대구아트페어는 찾는 이들도 적었고 사는 이들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최 측은 현장판매 17억, 예약판매 4억 등 총 20억원이 넘는 판매액을 올렸고 입장객도 잠정집계 1만명 이라고 밝혀 그림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기대이상의 성과'라고 발표했다.

아트페어 주최 측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트페어에 참여한 화랑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 화랑주는 "서울화랑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서울의 모 화랑이사는 "이미 각오하고 참가한 것이지만 부스 사용료도 부담스러워하는 화랑주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물론 이번 대구아트페어는 판매성과를 떠나 꽤 후한 점수를 받았다. 서울과 달리 규모도 관람하기에 부담 없고 출품작 역시 다양한 장르에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 대구아트페어로 손색이 없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미술평론가들은 "실험적인 작품에서부터 외국작가 대구작가 원로작가 중진작가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출품돼 한국뿐 아니라 세계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그러나 부스 안에서는 이런 소리도 들렸다. 김범일 시장이 개막행사에 참석해서 '문화도시 대구'를 자랑하며 행사장을 휙 둘러보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미술품 한 점을 사주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었으면 이렇게 기운이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작은 그림 한 점이라도 사는 이벤트를 마련했다면 아트페어에 참여한 해외화랑과 서울화랑들이 대구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을것이란 이야기였다. "시장님이 그림 한 점 사면 아트페어장 곳곳에서 '역시 대구는 다르다'는 소리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대구를 문화도시로 알리는 가장 손쉬운 길 아니겠습니까."

김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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