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님이 길을 가다 서로 부딪혔다. 한 장님이 큰 소리로 '눈도 안 뜨고 다니나?'라고 외쳤다. 그러자 다른 장님은 '보고도 모르나'며 대꾸했다. 장님은 혼자 앞이 안 보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멀쩡하다고 생각해 다른 장님과 부딪친 것을 모르고 왜 멀쩡한 사람이 나와 부딪쳤는지 질책하고 다른 장님도 자기 입장에서 생각해 상대방을 질책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남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치과치료를 하다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 중 치료를 잘 못 받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은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울거나 소리를 지르고 혹은 바닥에 누워 발을 동동 구르는 등 과잉행동을 하곤 한다. 이때 아이, 엄마, 치과의사는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 눈 뜬 장님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자신의 기준으로 행동하고 엄마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치과의사는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 치료가 안 되는 경우다. 보통 집에서 생활 잘 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 경우일수록 아이가 과잉행동을 하면 엄마들은 화를 많이 내고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아이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이럴 땐 진짜 아이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아이를 잘 못 다루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의문스럽고 당황스러워 내 대신 아이가 뺨을 맞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가 치료를 잘 못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치과기구 자체가 대부분 금속의 뾰족한 모양이고, 이상한 소리까지 내다보니 겁을 먹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개원 초에는 이 경우 '치료를 할 수 없으니 집에 가서 아이를 달랜 뒤 다시 오라'고 권했는데 요즘은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한다. 그리고 무조건 떼를 쓰면서 눈을 꼭 감고 엄마 말도, 내 말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면 약간 겁을 주는데 아이의 귀에 대고 최대한 엄한 목소리로 '오늘 치료 못 하면 자장면 시켜놓고 병원 끝날 때까지 집에 못 간다'하면 효과가 종종 있다. 무서워 치료를 잘 못하는 경우에는 '지금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고 검사만 한다', '치과는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네가 양치질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돈 받고 대신 양치질 시켜주는 곳이다', '너희 집에 자동으로 물 나오고 바람 나오는 양치질 기계가 없기 때문에 내가 대신 양치질해 주는 것'이라며 달래면서 치료한다. 요즘 환자와 의사, 보호자 사이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서로 다투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은 것 같다. 내가 눈 뜬 장님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겠다.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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