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불금 추문'은 노무현 정권이 참담하게 실패한 까닭을 뚜렷이 보여준다. 전 정권에서 마련한 다른 많은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는 경제 현상에 관한 무지에 바탕을 두고 정치적 목적에서 서둘러 만들어졌다. 그래서 너무 허술하게 설계되었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그러나 정작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한 것은 이번 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깊은 부패다.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
실제로 부패는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 부패는 온 사회에 퍼졌고 그 정도는 어떤 기준으로 살펴도 너무 심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거의 다 부패와 관련되어 감옥에 갔다는 사실이 가리키듯, 우리 사회에서 썩지 않은 구석이 드물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패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 부패는 본질적으로 자기 이익을 좇아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태다. 원칙에서 벗어난 사회가 건강하고 정의로울 수는 없다. 부패는 법치를 허물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막으며 사회의 전반적 거래 비용을 높인다.
그래서 부패와 사회의 성취 사이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부패한 사회가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발전을 누린 적은 없다.
모두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을 외치지만,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너무 부족하다. 1990년대 말엽의 '외환 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내 시들해졌다. 이제 우리 사회를 경제 발전 정도에 걸맞은 수준으로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려는 운동이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운동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어야 한다. 부패를 줄이는 일은 정치 지도자의 책무일뿐더러 정권이 업적을 쌓을 수 있는 단단한 바탕이기도 하다.
부패를 줄이는 일의 핵심은 정부의 몫을 줄이고 시장의 몫을 늘리는 자유화다. 액튼 경의 널리 알려진 지적대로, 권력이 있는 곳엔 늘 부패가 깃든다. 부패에 대한 가장 효과적 처방은 자유로운 시장의 경쟁이다. 요즈음 악취가 높은 공기업이 그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다행히, 현 정권은 규제 철폐와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번 금융 위기에서 자유주의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힘을 얻어서 자유화를 반대하므로, 현 정권은 마음을 도사려먹고 자유화를 꿋꿋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 자신이 특히 마음을 써야 할 부분은 보다 합리적으로 인재들을 골라 쓰는 일이다. 나랏일은 객관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빚을 갚으려고 자격이 부족한 측근들을 쓰는 것은, 비록 일반적으로 부패로 여겨지지 않지만, 가장 중대한 부패다. 이 점에서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에 크게 일을 그르쳤다. 비서실과 내각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이 대통령과의 친분 덕분에 중요한 자리들을 맡았다. 그리고 그런 인사는 이 대통령의 발목을 단단히 잡은 덫이 되었다.
이제 내각과 비서실을 새로 짜려고 인물들을 고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서 개인적 빚을 갚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기를 기대해본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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