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여부를 놓고 팽팽한 찬반 양론이 일었던 '간통죄'에 대해 30일 헌재가 합헌 결정을 냈다.
간통죄 위헌 여부를 다룬 역대 4번째였던 이번 심판은 그 어느 때보다 폐지 여론이 높았고 헌재 재판관 9명중 5명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헌 결정이나 다름 없다는 의견이 많다. '위헌 결정'이 되려면 재판관의 3분 2인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서서히 간통죄 폐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정이라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가정이 더 소중하다=합헌 쪽에 선 이강국 헌재소장 등 4명의 재판관은 "간통죄는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가족생활의 초석인 혼인관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 이중 민형기 재판관은"간통죄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일률적 처벌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처벌 수위 등에 대한 입법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문에 포함된 검찰 관계자들의 의견은 더 확고하다. 검찰은 이번 위헌 심판에서 "스스로 혼인이라는 법제도의 구속을 받기로 한 자가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지 못한 경우 필요 최소한의 형벌을 가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간통죄가 보호하려는 혼인제도와 가족생활의 보호 등 법익에 비추어 법정형으로 2년 이하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간통죄 폐지 논란은 더욱 거세질 듯=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간통죄가 국민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불 속 사생활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앞서 1990년엔 6대 3으로, 2001년엔 8대 1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에 비하면 간통죄를 위헌으로 보는 재판관 숫자가 대폭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간통죄 폐지에 대한 논란도 더욱 적극성을 띨 전망이다.
대구여성의 전화 조윤숙 대표는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이혼을 전제로 성립되는 간통죄의 특성상 여성은 자식 때문에 섣불리 이혼을 결심하기 힘들고 따라서 가부장적 성문화를 고착시키는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법과대학 김혜정(형사법)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많이 변화했고, 당초 간통죄라는 것이 도입됐던 '건전한 가정의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효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폐지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특히 5대 4라는 근소한 차이로 합헌을 유지한 결과를 보면 몇 년 전과는 달리 인식의 변화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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