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회원권 '날개없는 추락' 어디까지…

입력 2008-10-31 06:00:00

올 들어 골프장 회원권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반토막 난 부동산과 펀드처럼 골프장 회원권도 신규 골프장 증가에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억원이 넘는 수도권의 초고가 골프장의 경우 올 들어서만 30% 이상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대구경북 골프장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골프장 업계에서는 "최근 하락세는 심리적인 면이 지나치게 강한 면이 있다"며 "회원권 시세가 등락을 거듭한 예전과 같이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춤추는 회원권 시세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 첫째는 골프장 수의 증가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영업 중인 골프장 수는 정규 14개와 퍼블릭 등을 합쳐 28개에 이른다. 2006년 이후 신규 골프장이 2, 3개씩 개장하면서 수가 2000년 대비 10개 정도 증가했으며 개장 준비 중인 골프장도 10여개를 넘고 있어 2010년쯤이 되면 골프장이 4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급증하는 골프장 내장객뿐 아니라 골프장 수로 봐서도 사실상 '골프 대중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골프장 수 증가에 따라 지역 골프장 회원권은 2004, 2005년 최고 시세를 나타낸 뒤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대표적 골프장인 대구 CC의 경우 2005년 9천500만원까지 올랐던 회원권이 해마다 10%씩 감소세를 보이다 현재는 5천만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 경주 CC는 7천100만원에서 5천700만원, 선산CC는 9천800만원에서 6천500만원으로 하락했다.

훼밀리 회원권 이경원 대구지사장은 "골프장 내장객 증가에다 경기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3년 전 지역 회원권 가격이 정점을 형성했다"며 "그러나 개장 골프장 수가 늘어난데다 지역은 지난해부터 경기가 침체되면서 회원권 가격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골프장뿐 아니라 신규 개장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2006년부터 회원 모집에 들어간 그레이스와 헤븐랜드, 인터불고 CC 등의 경우 주말 부킹 2회 이상 보장과 그린피 할인을 받는 지정 회원제 등 고품격 회원 대우 등을 내세우며 기존 회원권 시세의 2~3배를 초과하는 2억이 넘는 초고가 회원권 판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 들어 창립 회원 모집에 들어간 신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1억원 미만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8홀 정규 골프장 개장을 준비 중인 군위 세인트 웨스트 CC의 경우 일반은 7천만원, 법인은 9천만원에 회원권 모집에 나서고 있으며 청도 오션힐스는 8천만원과 1억1천만원, 칠곡 세븐밸리 CC는 7천700만원과 1억5천만원 정도다.

에이스 회원권 소정진 대구팀장은 "경기 침체가 회원권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회원권 거래량도 예전에 비해 30% 줄었고 신규 골프장 창립 회원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며 "골프장 입장에서는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내장객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에 회원권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도나 증여시 세금 기준이 된 기준시가에서도 회원권 하락세가 반영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8월 발표한 대구경북 지역 내 고시 대상 골프장은 15개, 회원권 종류는 32개로, 올해 신규로 고시된 5개 회원권을 빼면 전체 27개 중 회원권 가격이 상승한 곳은 2곳에 그치고 있으며 11개는 하락세를, 14개는 보합세를 보였다.

기준시가로 보면 지역 내 최고가 회원권은 경주 마우나오션 SWIP 회원권으로 9억5천만원이었으며 최저가는 안동 떼제베이스트와 마우나오션의 주중 회원권으로 2천250만원이었다. 일반 회원권 중 최고가는 경산 인터불고로 2억6천100만원, 최저가는 대구 팔공으로 2천500만원을 기록했다.

◆회원권 선택시 고려 사항

골프 회원권 구입을 고려하는 골퍼들은 대다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골프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 선택 대상이 많아진데다 회원권 가격 또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시기에 따라 구입 가격이 몇천만원 정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골프장이지만 위치나 조건 등에 따라 회원권 가격이 다르고 구입한 회원권을 되팔기도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러하면 회원권 신규 구입 때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회원권을 구입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항목은 이용적인 측면과 투자적인 가치, 이용자의 구입 목적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

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인이 회원으로 많이 있어 자주 이용이 가능한 곳 ▷근거리에 위치해 이용이 편리한 곳 ▷부킹 보장 여부와 방법 ▷가족회원 대우 여부 ▷회원의 날 여부 ▷골프장 소유 기업의 신용도와 향후 전망 등이다.

골프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만 회원 대우를 받을 경우에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동료들은 자신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용을 꺼릴 수도 있다. 또한 원거리에 위치하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을 선택해도 이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부킹 방법이나 보장 여부는 회원권 구입 때 제일 신중히 검토해야 할 부분. 이는 추후 시세에 반영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이며 회원권 구입의 주목적이 라운딩이라고 볼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가족회원 대우 여부는 부부가 함께 골프를 하는 경우 중요한 사항이 된다.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골프장 부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모기업의 신용도도 검토를 해야 한다.

훼밀리 회원권 이 지사장은 "신규 골프장은 몇년 뒤 예치금(분양금) 환불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하며 기존 골프장은 회원 등을 통한 정보 수집 후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며 "18홀 기준으로 월 1회 주말 부킹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적정 회원수는 600명인 만큼 회원수 대비 부킹 가능일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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