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先지방 발전' 완전 포기

입력 2008-10-30 10:27:53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무제한 허용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先(선)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완전 포기하고 수도권 규제를 사실상 모두 없애 지방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는 3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 보고회를 개최, "수도권 산업단지에 규모와 업종 제한 없이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등 수도권 규제 합리화 조치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수도권에는 지금까지 ▷자동차 핵심 부품 ▷항공기·우주선 보조장치 ▷인쇄회로판 ▷전자카드 ▷의료용기기 등 25개 첨단 제조 공장을 지을 수 없었으나 이번 조치로 지방산업의 기반이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 명분으로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과 외국인투자기업의 중국행을 막고 ▷세계 국가간 수도권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웠다.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정책이 기업과 산업의 투자를 막고, 수도권 주민의 생활편익을 제약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에 규제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것.

규제완화 내용을 보면 수도권 산업단지에 모든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을 비롯해 비산업단지에도 공장 신설은 막되 증설과 이전은 허용한다. 규제가 매우 엄격했던 과밀억제권역에도 공장 증설은 허용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 주한미군반환 공여구역, 지원도시 사업구역 산업단지는 수도권 총량규제에서 아예 배제했다.

이같은 조치로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엄청난 규모의 공장 용지를 공급할 수 있게 돼 인력과 교육 의료 등 산업 기반이 약한 혁신도시 기업도시 지방국가산업단지 등 지방의 기업 유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자연보전권역의 환경 규제 방식도 입지 규제에서 총량제·배출규제로 바꿔 환경 파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여기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과밀억제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바꿔 개발을 촉진키로 했다. 국가안보, 환경보전 등 중첩적인 규제를 받고 있는 경기 북부권의 규제도 크게 간소화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회의 논의를 거친 법 개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것이라 시행령을 악용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신 정부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로 발생되는 재원으로 2010년부터 비수도권 지역의 지역투자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설치하겠다"며 지방의 반발 무마를 시도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수도권이 잘먹고 난 찌꺼기를 그것도 2010년부터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52%가 사는 지방을 무시하고 어떻게 국가를 이끌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강한 대응을 천명했다. 김 시장은 "전국 광역단체장들 및 지역 인사들과 힘을 합쳐 대응하면서 우리의 의지를 밝히겠다"며 "수도권 규제완화로 가는 것은 국가와 지방을 위해 정말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방과의 합의 없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결사 반대한다"며 "정부는 지방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국가 미래라는 큰 틀을 외면한 채 새로운 대립과 갈등으로 국론 분열을 획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정부의 태도는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규제 합리화'라는 정부의 약속을 굳게 믿고 지방 스스로 살아보고자 몸부림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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