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빵에도 유행이 있다

입력 2008-10-30 06:00:00

베이커리에도 유행이 있다.

길거리 음식이던 와플은 화려하고 다양한 토핑을 앞세워 카페의 주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또 제빵업계에서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빵은 '번(Bun)'.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빵인 번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커피 토핑을 추가하는 등 우리 입맛에 맞게 바뀌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특유의 짠맛을 줄인 저염도의 번이 대부분이다. 반면 4,5년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크로와상의 인기는 수그러들었다.

최근 베이커리 업계에 대세는 뭐니뭐니해도 '웰빙 빵'.

한때 빵집을 평정했던 팥빵·소보루빵 등 소위 '앙꼬빵'들은 이제 빵집의 구색상품으로 전락했다. 반면 쌀식빵·베이글 등 담백하고 몸에 좋은 웰빙 빵이 베이커리 업계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백프라자 달로와요 유수경 점장은 "5,6년 전만해도 웰빙빵을 막상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었지만 요즘은 성분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설탕은 빠지고 곡물류가 들어간 몸에 좋은 빵을 소비자가 먼저 알아서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동네 빵집에서도 세계 각지의 빵을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것도 특징.

사실 베이커리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빵은 저마다 국적이 있다. 바게트는 프랑스, 프레첼은 독일, 베이글은 오스트리아, 와플은 벨기에 등에서 건너왔다. 하지만 현지 빵과 우리나라에서 먹는 빵은 맛과 모양이 다르다.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변형되면서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된 것.

바게트·베이글 등의 담백한 유럽빵들은 우리나라에 오면서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주재료인 밀가루에다 녹차·블루베리·양파 등 각종 재료를 함께 넣어 반죽한 베이글이 대세를 이루는 것.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바게트 역시 마늘·버터 등을 넣어 마늘바게트를 만드는 등 조미가 많이 되는 것이 특징. 유럽에서는 베이글이나 바게트 사이에 야채를 끼워 샌드위치처럼 먹는 것이 일반적인 데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림치즈·버터 등을 발라서 달콤하게 먹는 형태가 일반화됐다.

우리 빵을 보면 일본 빵의 유행도 보인다. 대경대 호텔제과제빵과 허명옥 교수는 "사실 외국의 빵은 대부분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많아 실제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판매되는 빵과도 차이가 난다. 씁쓸한 차와 함께 빵을 즐기는 일본인들은 당도가 높은 빵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로 건너오며서 단맛은 줄어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플도 10년 전부터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 일본은 녹차 등 각종 재료를 반죽에 첨가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아이스크림·생크림·쿠키 등 토핑을 화려하게 올려 스타일리시하게 꾸민 와플이 인기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직접 베이커리 공부를 하는 파티세들이 많아 유럽 본토의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대경대 허 교수는 "빵을 오랫동안 즐겨오던 사람들은 단 맛 보다 담백한 맛을 선호해 앞으로도 담백한 베이글이나 웰빙빵의 유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