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이미스 지음/김현우 옮김/민음사 펴냄
런던의 잘 나가는 CF 감독이자 속물적인 쾌락주의자 존 셀프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필딩 구드니의 제안으로 첫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뉴욕과 런던을 오간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술과 약, 포르노와 섹스에 빠져 지내는 것뿐이다. 늘 의식이 흐릿한 그의 머릿속을 유일하게 채우는 것은 돈에 대한 생각들이다. 어쩌다 의식이 들 무렵 그를 엄습해 오는 것은 두려움과 수치감이며, '우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그는 감정적 결핍감 속에서 그것을 잊기 위해 또다시 술과 약과 포르노에 빠져든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사람의 손길'이지만, 그것마저도 돈을 주고 '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다.
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어느 사이엔가, 돈 없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밥 없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더 철학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이 됐다.
직설적인 제목의 '머니'는 돈에 중독된 현대인의 속물적 근성을 그로테스크하게 쓴 소설이다. 주인공 존 셀프는 "돈이 가장 큰 음모이고 가장 큰 허구일 것이다. 모두 중독되어 있고 누구도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러분의 등에 붙은 돈이라는 괴물은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의 부제는 '한 남자의 자살노트'다. 작품 전체가 주인공이 자살을 시도하기 전까지의 기록을 남긴 '유언장'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환락의 도시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타락한 현대문명과 돈에 중독된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간다. 존 셀프는 장편소설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것을 기대하고 신분이 상승되는 기분을 느끼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사기임이 밝혀진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자신이 누린 허상의 실체를 체감한다. 런던으로 겨우 도망쳐 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진실. 존의 친 아버지가 누구인지 잔인하게 밝혀진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일처럼 그제야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지은이 마틴 에이미스는 '영국문단의 록스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작가다. '행운아 짐'의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의 아들이다. '속죄'의 이언 맥큐언과 같은 세대의 작가군으로 묶이고 서머싯 몸 상으로 데뷔한 이후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지만, 이렇다할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머니'는 현대 문명의 물질주의를 익살스럽게, 또 무자비하게 난도질한 문제작이다. 그가 '영국 문단의 악동'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1권 304쪽 1만1천원. 2권 364쪽 1만2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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