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숨을 쉬고 있는 우리 삶이다. 음악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삶이 아니겠는가? 클래식이 됐건, 원드뮤직이 됐건 세상의 모든 음악은 우리가 즐기고 편안해지기 위한 도구이자 디딤돌이다. 그래서 차제에 물어야 한다. 왜 우리가 우상의 무거운 돌덩이를 머리 위에 이고 다니는가? 전통의 이름으로, 권위의 이름으로 저쪽 귀신, 모차르트, 베토벤 관을 떠매고 다니는 것은 실로 우스꽝스런 노릇임을…."
『굿바이 클래식』조우석 지음/ 동아시아 펴냄/312쪽/1만5천원
"이 책은 전혀 클래식을 알지 못하던 사람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고, 음악사를 한눈에 이해하고 싶어 하는 애호가들에게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소중한 지식과 연주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경험들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바쁜 세상 속에서 예술가의 꿈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나 그 가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조윤범 지음/ 살림 펴냄/423쪽/1만8천원
제목만을 본다면 두 책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펴는 상이한 책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본다면 두 책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색깔이 같은 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작가 조우석은 서구사회에서 유통기한이 끝난 클래식이 한국사회에서는 일종의 '문화 권력'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다. 클래식을 전공하거나 듣는다는 것이 계급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이 어렵고 복잡하며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을 그렇게 만든 사회적 책임이지 클래식의 문제가 아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문화적 소통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쉽고 편하고 즐길 수만 있다면 죽은 문화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클래식이 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을 단순하게 지식의 편린으로 치부한 교육의 책임이다. 문화를 문화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서 삶의 여유는 사라지고 그저 살아남아야만 하는 경쟁의 논리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스승이었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브람스의 음악과 유곽을 들락거리며 매독에 걸려 세상을 떠났던 슈베르트의 음악에 담겨있는 인간의 드라마가 어찌 유통기한이 끝난 음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나이가 들면서 담배연기 자욱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가, 김수희의 애절한 가요가 좋아지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싫증나지는 않는다. 깊은 가을 밤 불을 끄고 카잘스의 첼로에 묻어나는 송진가루와 그의 숨소리를 듣노라면 그가 왜 정치적 박해를 마다하지 않았는지 가슴 깊이 다가온다. 보다 쉽게 클래식을 이해하는 길, 두 책을 읽어볼 가치다.
전태흥(여행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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