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참고 자료일 뿐…대구경북 비인가 학교

입력 2008-10-28 06:00:00

▲ 가온학교 학생들이 중국행 배 안에서 항해사에 대한 직업 탐방을 하고 있다. 가온학교 제공
▲ 가온학교 학생들이 중국행 배 안에서 항해사에 대한 직업 탐방을 하고 있다. 가온학교 제공

아직 상당수 대안학교들은 교육청 인가를 받지 못한 학교들이다. 학생들의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들 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찾아봤다.

◆자연 속 생태학습의 장

지난해 3월 개교한 경북 영천 화북면의 '산자연학교'(www.sanschool.org, 054-338-0530). 초등학생과 중학생 각각 25명이 생활을 하는 이곳은 무엇보다 생태학습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연과 더불어 맘껏 뛰놀고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학교의 모태는 2002년 설립된 오산자연학교. 주말캠프를 몇 년 동안 개최하다 캠프 프로그램 자체를 정례화하기 위해 학교로 만든 것이다.

비인가 학교에서도 정규 교과수업은 이뤄진다. 단 교과서는 참고 자료일 뿐 대부분의 수업은 교사들의 워크시트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진행된다. 이곳의 자랑인 생태수업은 다양하다. 학생들이 직접 농사도 짓고 목공, 뮤지컬, 연극, 생활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는 것. 강승희 교사는 "먹을거리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숙형인 이 학교의 학비는 한 달에 70만원 정도로 다소 비싼 편. 신입생 모집은 결원이 생길 때마다 하고 있으며 현재 10명 정도의 신입생 모집이 가능하다. 서류 전형과 세차례 정도 학생·학부모 면접이 있다.

영천에는 생태교육을 지향하는 또 다른 대안학교가 있다. 영천 화북면에 자리한 '나무와 학교'(www.namuwa.or.kr, 054-337-2337, 337-3725)'. 이 학교는 올해 8월 산자연학교로부터 분리해 9월부터 정식 운영되고 있다. 현재 재학생은 초교 1~4학년 7명의 소규모 학교.

이 학교 또한 정규 교과를 가르치지만 기존 교과서는 사용하지 않고 교사들의 워크시트로 수업이 진행된다. 국어의 경우 학생들의 표현력 강화를 위한 '말과 글'이란 주제로 수업이 이뤄지고 수학은 '수놀이'라 해서 교구를 이용한 수학놀이로 꾸며진다. 또 과학은 '우주'라는 제목으로 철학과 인문 등이 포함된 실험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된다. 김영주 교사는 "수업 후엔 '살림'이라는 주제로 목공 실습과 요리 수업, 농사 등 다양한 생태수업과 체험학습이 이뤄지고 매일 아침엔 인근 산으로 산책 나가는 시간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기숙 선택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학도 가능하다. 통학할 경우 한 달에 41만원, 기숙형은 62만원의 학비가 들어간다. 1~4학년 각 학년별로 1, 2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11월 1~3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는다. 물론 수시 모집도 병행하고 있다.

◆도심 속 적응교육의 장

대구의 도심에도 대안학교가 있다. '가온학교'(www.gaonschool.or.kr, 053-246-7179)는 남구 대명4동에 자리한 학교로 주로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중·고교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대구청소년대안교육원에서 2006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고교생 20명이 재학 중이다.

이곳은 도심 속에 위치해 통학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특징. 이수영 교사는 "통학으로 인해 학생들이 일상생활에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또 정규 교과목을 가르칠 때 학년별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10명 단위의 그룹 수업과 1대 1 개별수업으로 이뤄진다. 문화탐방이나 역사탐방, 봉사활동, 직업탐방 등 각종 대안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희망 학생에 한해 일반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 6개월의 '복교 과정'도 열고 있다.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개를 통한 동물 매개 프로그램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안정적인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년에 두차례 정시모집을 하고 있는 이 학교는 11월 중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물론 수시모집도 한다. 입학금은 10만원이며 학비는 학생에 따라 한 달에 최대 30만원을 받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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