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이어 김장채소값도 지난해 절반 수준 폭락
"농사를 지어 마련한 돈으로 불경기 때문에 신음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 했는데 이렇게 생산비도 못건져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 대구시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농민 이모(예천군 용궁면)씨는 "배추 5t을 도매시장에 팔면 남는 돈은 5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인건비, 물류비 등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자식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고 한숨 지었다.
과일값 폭락에 이어 채소값도 크게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장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배추, 무 등 김장채소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쳐 농민들은 생산비를 건지기도 힘든 지경이다. 따뜻한 날씨 탓에 경상도를 비롯해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에서 배추 출하량이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기 때문.
25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배추 1망(3포기)의 경매가는 2천500~3천원으로 지난해의 5천~6천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무 15kg 상품도 이날 4천~5천원에 거래돼 지난해보다 50% 정도 하락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한 경매사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 무 등은 주로 대구지역 식당과 재래시장으로 팔려나간다"면서 "경기침체로 식당과 재래시장이 배추구입량이 준데다 수입김치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구지역 대형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배추 가격은 포기당 1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홈플러스 대구점에 따르면 배추는 포기당 950원으로 지난해 3천200원에 비해 70%나 하락했다. 상추, 깐대파 등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내렸다.
배추와 무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배추와 무 산지에서는 생산비를 건지기도 힘들어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상황도 있을 전망이다. 경북 문경, 영양, 봉화 등 배추농가들은 대부분 제값을 받지 못해 출하시기를 늦추고 있는 실정.
도매시장에서 만난 배추재배농 김모(68·대구시 북구 검단동)씨는 "비료값 등이 크게 올랐는데도 출하가 늘고 경기침체로 소비가 둔화돼 시장에 내다팔아도 손해, 그렇다고 갈아엎을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김장채소 재배면적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김장용 배추와 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20.7%, 24.9% 늘어났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경우 김장배추 재배면적은 각각 112ha와 1천817ha로 지난해보다 각각 23.1%, 17.8% 증가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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