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속한 재판으로 법원 신뢰 높여야

입력 2008-10-25 10:13:49

법원의 재판이 미뤄지거나 늦춰지면서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재판으로 구제받거나 보상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늦은 재판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재산권 다툼을 주로 맡고 있는 민사소송의 경우 5개월 이내에 선고토록 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법원의 법정기한 초과 민사소송은 28.2%나 됐다. 특히 대구지법은 최근 3년 동안 33.4%가 법정 기한을 넘긴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형사재판에서는 몇 년씩 재판이 이어지는 사건들도 있다. 법으로는 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4개월로 소송기간을 규정하고 있지만 9월 말 현재 전국 법원에서 2년 이상 걸린 형사사건만도 654건이나 된다. 2006년 5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의 논문조작사건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이 늦어지는 주요 원인 중에는 공판중심주의도 있다. 의학, 과학, 환경 등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엄정하고 광범위한 증거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판 중 위헌판정 등 사회 변화로 판단이 지연되기도 한다. 또 원고가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사건도 있고 법리 공방이 치열해 재판이 장기화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 2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내서 12월 승소한 소송인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2002년 2월 항소심에서도 이겼지만 대법원은 소송을 낸 지 5년 5개월 만인 2005년 7월에야 복직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가 '대법원이 선고를 미뤄 복직이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관이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쯤 되면 법정 시한은 있으나마나다. 국민들이 느끼는 사법정의는 현실과는 너무 멀리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송이 벌어지면 당사자는 물론 주변이 온통 재판에 휘말리게 된다. 생업을 제쳐 두고 증인과 증거 확보에 매달려야 한다. 판결까지 피를 말리는 싸움이 계속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부터 송사는 되도록 피하라고 했다. 이렇게 재판이 늦어지면 사법부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당사자들은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들에게 법률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사법부의 정의를 실현하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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