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예쁜 한글이름-박준철씨네

입력 2008-10-23 13:48:26

우리 아이들 첫 선물, 멋지죠?

"박서로다솜(6), 박가온누리(3), 한글 이름이 예쁘지 않나요?"

달서구 '우리 가정이 최고' 분야에 선정된 박준철(38'대구 달서구 상인동)씨. 두 딸들의 이름을 순우리말로, 그것도 4자에 이르도록 짓게 된 것은 박씨의 '초지일관'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아이 이름을 한글로 짓겠다고 했을 때, 욕을 많이 얻어먹었어요. 특히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어른들 몰래 바로 출생신고 해버렸죠, 뭐."

박씨는 어릴 때부터 한글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한문이 아이들에게 어렵기도 해, 어릴 때부터 '아이들 이름은 우리말로 짓겠다'고 결심해온 터. 아이들 이름은 '아버지가 주는 첫 선물'이라고 생각해 직접 짓기로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난 후 한달간 책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당시엔 한글이름 사전이 없어 고생 끝에 고르고 골라 '서로다솜'이란 이름으로 결정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며 사랑하면서 살아가자'는 뜻. 둘째딸 가온누리는 '세상의 중심'이란 뜻. 주변에선 '어릴 땐 예쁜 이름이지만 중년이 넘어서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걱정했지만 박씨의 생각은 다르다. 10년쯤 지나면 한글이름이 보편화되지 않겠냐는 것. 아이들은 아직 어려 잘 모르지만 어렴풋이 이름이 다른 아이들보다 길다는 것은 안다. 언젠가 아버지의 큰 뜻을 이해하리라 믿고 있다.

아직 한글 이름이 귀한 세태에 대해 박씨는 어른들이 형제간 '돌림자', 한문 이름을 고집하는 것이 한글 이름의 저변이 확대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불합리한건 체질적으로 싫어해요. 아이들이 큰 후에는 예쁘고 의미가 좋은 한글 이름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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