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시작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내일 모레면 끝이 난다. 그간 국회는 나름대로 피감기관을 파헤쳤다고 할는지 모르나 국민 머릿속에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어느 국감장 할 것 없이 고압적 추궁, 무성의한 답변, 여야 간 삿대질, 중언부언 질문으로 한바탕 소란을 피우다 만 기억뿐이다.
이런 식의 국감이 20년째다. 1988년 국정감사 제도 재도입 이후 부실과 정쟁으로 얼룩지지 않은 해가 없었다. 입법부가 국가의 정책과 예산이 올바른가를 따져 잘못은 개선하고 효율적인 예산을 짜려는 게 국감이다. 그런데 매년 그런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공명심에 날뛰는 국회의원들의 한탕주의 폭로 경쟁이 난무하고 상대 정당 흠집 내기 싸움판으로 흐르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도 멀어져 버렸다. 괜히 국회의원들과 피감기관만 요란을 떨다 마는 게 오늘의 국감 모습인 것이다.
근래 부쩍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대통령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국정감사권을 입법부에 쥐여주고 있다. 이왕 남다른 권한을 가졌다면 국회는 그에 걸맞은 활동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불과 20일 동안에 500개 기관을 감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짓이다. 의원 1명당 10분, 20분밖에 안 돌아가는 질문시간으로 무슨 감사를 할 수 있는가. 구조적으로 시간 부족에 몰리니 답변은 아예 들을 생각도 않고, 여기에 꾀가 난 피감기관은 시간만 때우려 요령을 피우는 것이다.
이렇게 부실한 국감을 이대로 둘 수 없다. 시간에 쫓기는 가을 정기국회 기간을 피하고, 상임위별로 소관 피감기관에 대해 집중과 선택 체제로 감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 국회가 활발하게 논의하는 상시 국감시스템이 그 대안일 것이다. 그와 함께 감사의 사후 추적 과정을 통해 똑같은 지적의 반복 같은 국감 경시 풍조가 사라지게 해야 한다. 여야가 제도 개선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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