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은 출간 3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동명의 드라마 또한 안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영화 '미인도'(11월 13일 개봉 예정)까지 가세한다. 그 바람에 신윤복의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 간송미술관은 관람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신윤복은 베일에 싸인 화가다. 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오세창의 '근역서화징'(1928)에 기록된 '신윤복. 자 입보(笠父). 호 혜원(蕙園), 고령인(高靈人). 부친은 첨사(僉使) 신한평(申漢枰). 화원(畵員).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라는 단 두 줄이 전부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화원이 어떻게 기록 속에서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을까. 그는 왜 항상 여인들을 화폭에 담았을까. 신비로운 미소의 '미인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 '신윤복은 여자다'라는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모든 미술사학자들은 신윤복이 남자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여성이 풍속화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힘차고, 거침없는 필체 등으로 볼 때 여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부탐춘' '정변야화' '계변가화' 등에서 어떻게 여성들을 그렇게 세밀하게 그렸을까. 가느다랗게 처진 귀밑머리, 작고 매혹적인 입술, 좁은 어깨, 잘록한 허리, 특히 치마 끝으로 나온 버선발 등은 여인에 대한 각별한 정이 없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가 플레이보이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바람의 화원'은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팩션(사실+허구)이다. 성배가 여성일 수 있다는 가상에서 시작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같은 장르다.
상상력의 힘은 대단하다.
사물을 '삐딱'하게 보는 것이 추상화의 시작이다. 대상을 해체해 재조합한 피카소의 작품은 '다른 시선' '새롭게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엉뚱하게 여겨지는 상상력이 지금의 세상을 변화시켰다. 최근 불고 있는 '신윤복 바람'은 상상력의 힘이고, 그것이 이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김중기 문화팀장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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