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기행]경산 와촌면 ' 혜연다원'

입력 2008-10-23 09:15:14

정갈한 찻집서 즐기는 가을 오후…"마음 따뜻해지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을 닮은 찻집 지붕 위로 저무는 가을햇살이 살포시 내려 앉아 있다. 한손에 쥐일 듯한 잔디 뜨락엔 키낮은 소나무와 여린 야생화로 꾸며진 정원은 정성스러운 주인의 손길을 짐작하게 한다. 찻집 옆엔 팔공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며 엷은 감청 빛이 도는 바위를 훑고 있다.

경산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 가는 뒷길에 있는 작은 회양목 이정표를 따라 찾은 '혜연다원(053-851-1159)'은 번거로운 일상을 잠시 접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산야초차를 마실 수 있는 이색찻집이다.

"평범한 공무원의 아내로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면서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온 작지만 예쁜 집을 짓고 살고 싶었죠." 하양이 고향인 주인 손덕출(63)씨는 소녀 때의 꿈을 이루고 나서 그동안 익혀왔던 한지그림'천연염색'제다법을 응용, 찻집을 꾸미고 연 것이다.

주로 영천 신령면 일대와 은해사 주변 청정지역에서 캔 질경이'민들레'산매화'진달래'생강꽃 등을 이용해 손씨가 직접 다양한 제다법으로 만든 산야초차는 은은한 천연의 향기와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야생 초본들의 약성이 강한 봄철에 채취한 산야초는 심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도심 속에서 오래 살다보면 누구나 전원을 동경하게 되죠. 아마 대다수 주부들의 희망도 저와 같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저를 무척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손씨는 이런 자신의 꿈을 여럿이와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혜연다원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3,4팀의 여성들이 찾고 있다.

손씨의 기거장소이기도 한 찻집 안은 소담스런 앉은뱅이 찻상이 5개 놓여 있다. 이 안에서 손씨는 손님이 오면 정성스레 찻물을 끓여 차를 내고 또 식사 때가 되면 국수라도 삶아 함께 먹는다.

찻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무척 조용할 뿐 아니라 차향에 취하면 마치 산속에 푹 빠져드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특히 개울이 흘러내리는 창가에 자리하면 들리는 건 물소리밖에 없다. 창 너머 비치는 가을햇살도 무척 따사롭다.

벽면엔 손씨의 한지그림도 눈에 띈다. 한지그림은 갖가지 물을 들인 한지를 찢어 붙이는 회화장르로서 한지를 찢을 때 일어나는 가장자리 보풀의 부드러운 느낌의 살려내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사물과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손씨는 30여명의 회원들과 천연염색도 하고 한지그림 강의도 한다. 이 일은 손씨는 "그냥 논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장삿속 보다는 평안과 기쁨을 주려는 마음이 앞섰던 터에 찾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 주인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전염된 것인지 처음 들어설 때 약간 좁다고 느낀 찻집 안이 갈수록 넓어지는 듯 하다. 조용하면서 정갈한 찻집 내부와 손때 묻은 질박한 찻그릇을 닮은 주인의 넉넉한 품이 손님에겐 작은 설렘이 되어 잡아 이끄는 곳인 혜연다원은 주인이 전문설계도 없이 대충 도면을 그리고 인테리어 하고 벽을 한지로 마감 처리했다.

"밖에서 처음 찻집을 언뜻 보면 바로 옆에 넓은 계곡물이 흘러 시각적으로 훨씬 넓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인은 원래 이처럼 물이 흐르는 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런 혜원다원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차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다. "차는 원래 여러 사람이 나눠마시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찻값이 부담이 돼 혹시라도 자주 못 오게 된다면 제가 오히려 미안한 것 아니겠어요." 많든 적든 '성의대로'가 이곳 찻값인 셈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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