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휘두른 남편 우발적 살해…배심원 선택은?

입력 2008-10-23 09:42:01

수십년간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60대 여성에 대해 배심원들은 어느 정도의 형(刑)을 내릴까. 검찰은 가정폭력 피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죄를 묻고 있는 반면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오는 27일 술에 취해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리는 남편(69)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62)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대구에서는 여섯번째 국민참여재판이다.

A씨는 지난 8월말 새벽 안방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며 행패를 부리던 남편이 스카프를 꺼내 목을 조를 듯 위협하자, 남편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 또는 심신 상실로 인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죽기 일보 직전까지 몰려 사건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에서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상담을 해보니 피고인은 40년 가깝게 매를 맞아온 가정폭력의 피해자 였다"며 "재판 과정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에서는 정당방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가 동정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가정폭력 피해사실도 정상 참작돼야 하겠지만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며 "통상적인 살인사건처럼 중형 구형은 아니겠으나 유죄는 면치 못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는 7명의 배심원이 법정에 출석,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평의를 갖고 양형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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