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부적절한 관계

입력 2008-10-22 10:39:18

姦通(간통)이 '不適切(부적절)한 관계'로 엉거주춤한 개명을 하기까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이 가장 컸을 듯하다. 1998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 양과의 섹스 스캔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누구보다 상처를 입었던 사람은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였다. 강력하게 부인하던 클린턴이 국민 앞에 공개 고백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천박하고 3류 포르노 소설 같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르윈스키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일생을 클린턴에 걸고 온갖 뒷바라지를 해서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여인으로 통했던 힐러리는 자서전에서 '클린턴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했다. 증오를 넘어 배신감마저 철철 묻어난다. 그러나 냉각기를 거친 그녀는 냉정을 되찾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은 클린턴뿐'이라며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를 용서한다. 르윈스키에게는 '희생양'이라는 말로 용서한다. 자신은 현명한 여장부라는 찬사를 얻었고 클린턴은 탄핵을 넘어 재선에도 성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한창 능력을 발휘해야 할 그가 유부녀인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궁지에 몰려 있다. 그런데 TV앵커 출신인 그의 부인 안느 생클레어는 "사생활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남편을 용서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트로스 총재의 부적절한 관계가 과연 사생활로 끝이 난다면 부인의 협조가 큰 역할을 한 것일 터다.

며칠 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여자와 모텔에 들어간 증거가 있다"고 협박하자 14명이 1인당 130만~800만 원씩 3천700여만 원을 입금하더라는 것이다. 간통이 죄가 되니 안 되니 논란 속에 TV연속극은 온통 불륜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부적절한 관계'에 이렇게 허약한 대한민국 남자들이다.

오히려 일처다부제를 꿈꾸는 여자들도 있다는 끔찍한(?) 소식도 있지만 제발 영화 속에서만이길 빈다. 어쨌든 믿고 지켜 줄 아내가 없다면 대한민국 남자들이여, 모름지기 操身(조신)하고 또 조심할지어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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