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2년 1천300원짜리 담배가 200원 올라 1천500원, 2004년 500원 인상해 2천원, 2005년에 다시 500원 올라서 2천500원에 팔고 있다. 담뱃값 인상 정책은 흡연 억제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성인 남성 흡연율(현재 약 60%)을 선진국 수준인 30%로 떨어뜨리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담배 한 갑에 만원이 훌쩍 넘는 뉴욕에서 온 친구가 한국이 살기 좋은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이 담뱃값이 싼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틀린 정책은 아니다. 수요법칙에 의하면 가격이 오르면 언젠가는 흡연율이 30%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 정책이 비가격 금연 정책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흡연율을 감소시키는지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담뱃값 인상 정책의 실효성과 효율성이 보건복지가족부와 KT&G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담뱃값 인상정책 이슈의 중심에는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렇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대해 알아보자.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란 어느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그 재화의 수요량이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수요량의 변화율을 가격변화율로 나눈 수치이다. 사치재처럼 재화의 수요량이 가격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변하면 그 재화의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하고, 생필품처럼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조금만 변하면 수요는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보통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단위탄력적)이면 가격의 변화율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율이 같기 때문에 가격이 변해도 공급자의 수입은 변하지 않고,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서 가격이 오르면 가격 인상분이 수요의 감소량보다 크기 때문에 공급자의 총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1보다 크면 탄력적이고, 가격이 올랐을 때 가격 인상분보다 수요의 감소량이 더 크게 변해 공급자의 총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담뱃값 인상 이후 한 달 만에 성인 남성 흡연율이 4.7%포인트 감소하여 53.1%가 됐다고 발표했다. 금연자 가운데 73.2%가 담뱃값 인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복지부 주장이다. 이에 대해 KT&G의 설문조사에서는 남성 흡연율이 1.4%포인트밖에 줄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가운데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치는 0.33%포인트에 불과하여 가격인상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탄력성이 인구의 사회학적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즉,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연령이 높은 층에서는 가격에 덜 민감한 반면,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은 가격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표본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탄력성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담배가격과 담배소비량에 관련된 100편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금연운동 전문 잡지인 'Tobacco Control'에 의하면 그 동안의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평균적으로 담배가격인상에 따른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0.25~0.5로 보고 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보다 작기 때문에 비탄력적이다. 즉, 가격 인상에 따라 수요량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가격이 두 배가 되면 평균적으로 담배소비량이 25~50% 감소하고, 공급자인 KT&G의 수입과 정부의 세수도 증가하게 된다. 결국 가격인상은 흡연율을 다소 낮추고, 판매기업과 정부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므로 모두에게 어느 정도는 득이 된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고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담배 수요의 비탄력적 특성을 이용한 전매 수입의 증대는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양수겸장의 정책이 아닐까? 그러나 2천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무려 6가지 각종 조세와 기금이 부과되고, 담배판매로 발생하는 정부수입이 연간 7조원이나 되지만, 그 중 직접적인 금연사업에 책정되는 예산이 1.7%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담뱃값 인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듯하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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