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모서면 삼포리 '꿈이 크는 공부방'은 초등학생들의 천국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유리안나 전화월(43) 수녀는 30여명의 아이들의 선생님. 이곳은 농촌지역의 여느 공부방과는 환경부터 다르다. 후원자로부터 땅과 일부 건축비를 지원받아 지난 7월 하얀집을 멋지게 지었다.
"농촌지역에는 조부모와 함께 살거나 편부·편모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요. 또 학원에 갈 형편이 못돼 이곳에서 숙제하고 학교 공부 보충도 하고….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요." 그래서 '꿈이 크는 공부방'은 인기가 많다. 당초 10~15명쯤 예정했으나 새집을 짓고부터는 30여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농촌일을 하는 부모와 조부모들의 "우리아이 좀 받아달라"는 요청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꿈이 크는 공부방'은 이곳에 오기 전 인근 화동면에서 2년 넘게 운영되고 있었다. 월세를 주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때마침 서울에서 문화회관을 운영하는 후원자가 방문해 어려운 운영실태를 보고 지난해 선뜻 1억원을 후원했다.
유리안나 수녀 선생님은 1인 3역이다. 어머니 역할과 선생님·언니누나 역할까지…. 이곳에서는 공부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낮 12시가 되면 저학년생들이 몰려오고 오후 3, 4시쯤 되면 4~6학년생들이 온다. 혼자로선 아이들 돌보기에 힘에 부친다. 숙제와 공부 봐주랴, 또 매일 색다른 간식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들의 간식은 직접 만든다. 고구마와 감자를 삶아주거나 떡볶이·어묵·부침개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준비한다. 오후 4시 간식시간이 되면 공부하던 아이들이 모두 주방으로 우르르 몰려와 수녀 선생님에게 달라붙는다.
오후 5시 30분쯤 공부를 마치면 유리안나 수녀가 손수 운전해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지역이 길쭉하여 1시간 30분쯤 걸린다. 요즘은 서울에서 이사온 전직 고교 교장 출신인 김승호(73) 선생님이 돕고 있어 한결 힘을 덜었다.
김 선생님은 풍부한 교직경험으로 한문과 서예·예절 등을 담당하고 있다. 가끔씩 이웃동네 신의터농장 조용학·김갑남씨 부부가 아이들 간식 만들기를 돕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본 조용학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장난치고 어수선했는데, 아이들의 공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놀랐다.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공부와 운전 등을 도와줄 봉사자의 손길도 절실해졌다. 신문지에 붓글씨를 연습하던 모서초교 2학년 김나영(9)·조민희(9)양은 "붓글씨를 처음 써 보는데 재미있다"고 말한다. 방과후 곧장 공부방으로 온 5학년 박수연(12)양은 "공부방에서 숙제와 문제지를 풀고 오후 5시 30분쯤 집으로 돌아간다"며 "유리안나 수녀 선생님과 멋진 공부방이 너무좋다"고 말한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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