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혼돈의 시대…이러면 '성공' 이러면 '실패'

입력 2008-10-18 06:00:00

▶ 경제 혼돈의 시대…이러면 성공

그야말로 경제 혼돈의 시대다. 주식시장과 외환 환율은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미증유의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경기도 확연한 불황의 징후를 보인다. 경기침체는 고용 부진을 낳고, 이는 기업 생산과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 내수 시장이 침체하니 다시 경기는 나락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혼돈의 시대에 공포를 더 많이 느끼는 건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이다.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큰 마음먹고 산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판이다. 대출을 끼고 산 집은 팔리지 않으니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불황의 끝은 어디일지,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시대에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의 생존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펀드는 환매해야할까. 대출금은 갚아야 할까. 불황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을 살펴봤다.

◆욕심과 두려움을 버려라

경기 침체는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문제다. 활황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경기는 언젠가 회복이 되기 마련이다. 기다림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상승을 기대하는 탐욕을 버리지 못한다.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는 기본을 지키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장부상의 손실을 두려워하지 말자. 확정되기 전까지 손실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때로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요즘처럼 하락장에 신규 투자를 하고 싶다면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좋다. 분할 매수를 하면 다시 하락하더라도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적어도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의 폭락장을 '세일 기간'으로 보고 대출금이나 아파트 중도금 등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건 무모한 짓이다. 시장 변화에 오랫동안 버티기도 힘들고, 정작 돈이 필요할 때 손해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펀드 갈아타기도 자제하자. 하락장에 펀드 재조정에 나섰다간 장부상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섣부른 투자는 시장이 활황일 때 들어갔다가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수익률이 높다는 건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뜻임을 잊지 말자.

빚은 갚을수록 좋다. 가계 부채에서 대출금 비중이 높을 경우 집중적으로 갚아야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총 자산 중에 50%를 넘거나 일반 신용대출이 30%를 넘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3~6개월 정도의 생활비는 현금으로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 실직 등으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상 자금이 없으면 손해를 보고 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져도 투자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무리하게 손해를 봐가면서 현금 자산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 시장이 추락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불황의 시대에 지켜야 할 것은 직장이다. 무조건 열심히 다니자. 높든 낮든 연봉은 고정적이며 안정적인 수입원이다. '조금만 지나면 경제가 회복되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섣불리 직장을 옮기거나 창업을 꿈꿨다가 후회해봤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집이 투자 수단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과거처럼 빚을 내서 집을 산 뒤 수익을 남기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만약 실수요자라면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지만 향후 2, 3년 동안 주택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부동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는 자산으로 부동산을 긁어 모으는 일은 피하자. 주택 거래가 실거래가로 이뤄지고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허수복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 소장은 "부동산 버블이 제한적이어서 일본처럼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집값이 올라도 큰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금융 자산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합리적 소비와 가족에 대한 관심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때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월 평균 지출 규모를 살펴보고 자신과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출 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필요없는 사치재부터 하나씩 줄여나가야한다. 허례허식이나 품위를 유지하려 애쓰지 말고, 쿠폰이나 마일리지, 가격비교 사이트 등 알뜰한 생활 방식을 몸에 익히자. 중고제품이나 복고상품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김민정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불황일수록 소비 패턴은 실리적이고 실속 위주로 흘러가게 된다"며 "주어진 상황에서 보다 실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애써야한다"고 말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지식이나 정보는 생활비를 줄이거나 기회를 잡는데도 유용하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고 배우자와 형제자매, 부모와 서로 협력하라. 시집살이, 처가살이 등 대가족도 고려해볼 만하다. 어려운 시대를 살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생활비를 아낄 수도 있다. 가족 간의 사랑은 불황을 이기는 정신적인 보약이며 최후의 보루이다. 또한 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가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녀들에게 아껴쓰는 습관도 가르쳐야한다. 아이들의 씀씀이는 쉽게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정작 어려움이 닥쳤을 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대인 관계를 소홀히 하기 십상인데 오히려 더 많이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송희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저서 '대공황의 습격'을 통해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거나 자주 통화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연락해야 한다"며 "결국 그들이 힘이 되고 불우한 사람에게 베푼 작은 도움이 언젠가는 엄청난 은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경제 혼돈의 시대…이러면 실패

혼돈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What to do)'이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일(What not to do)'도 있다. 경기에 대해서라면 누구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요즘 현실에서라면 오히려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철저하게 몸을 사려야 하는 '난세(亂世)'에 금과옥조 같은 얘기들이다.

미디어다음 토론광장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에 올린 글에서 한 네티즌(id: 상승미소)은 '반드시 버려야 하는 생각 몇 가지'로 ▷자만심 ▷부동산 불패라는 생각 ▷혼자서 가정을 이끈다는 생각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꼽았다. 누가 들어도 수긍이 가는 것들이다. 불과 1년 전에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무엇을 해도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인 자산 거품 추세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이것이 자신의 실력 때문이라며 자만했다. 이제 이런 자만심으로는 위험하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혼자만의 생각보다는 배우자,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 급변하는 주식·외환 시장 상황을 이용해 '어떻게라도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도 접어야 한다.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What must not to do)'도 있다.

◆극단적 생각과 행동은 금물

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말라'가 제1원칙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라는 말이다. 자산관리전문업체 A+에셋의 이운규 대구지점장은 섣부르게 판단하고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수익이 떨어진다고 펀드를 갑자기 해약하는 것도 좋은 대처법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펀드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반등 때마다 조금씩 빼내며 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폭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 신규 투자가들은 오히려 치고 들어가야 한다. IMF 이후에도 저평가된 주식·부동산에 투자해 오히려 더 부자가 된 사례도 많다.

'묻지마'식의 마구잡이 펀드 가입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앞뒤 안 가리고 펀드 가입한 사람들은 지금 크게 손해를 보고 있다. 자신의 자금 상황이나 투자 목적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장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말도 믿지 말라'고 했다. 회사 수익보다는 고객의 수익에 더 가치를 두는 PB(Private Banker)를 만나야 한다. '대공황의 습격'(송희식)에 소개된 대공황기 생존전략 49가지가 있다. 여기에는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라 ▷주식투자에 열 올리지 말라 ▷주식이 바닥이라는 말을 믿지 말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창업은 "한 템포 쉬어 가세요"

창업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수많은 명예퇴직자가 너도나도 사업(주로 외식)에 뛰어 들었지만 말 그대로 '쪽박' 찬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영문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한국소호진흥협회 대구경북협의회 회장)는 "외식업 창업이 가장 위험하다"며 이를 극구 말렸다. 불황시엔 소비자가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 게다가 대구는 인구 대비 식당수가 약 70명당 1개일 정도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자금을 대출해 창업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정말 좋은 위치에 있는 점포가 아니라면 외식·점포 창업은 한 템포 쉬며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홍보비를 줄이지 말 것과 ▷섣불리 점포를 내놓지 말라는 점도 덧붙였다.

자동차 사고도 내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잘못 하다간 가족은 물론 직장도 잃어 인생을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다. 사채를 쓰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부부싸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힘을 얻는 건 가족만큼 좋은 것이 없다. '국가와 정부에 기대해서도,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안전하다고 믿어서도, 신문이나 언론을 믿어서도 안 된다'. 대공황기 생존전략은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맞아 떨어진다. 왠지 살벌하단 느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감상에 젖어서도 안 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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