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이름 좀 바꿔주세요."…민원봇물

입력 2008-10-17 08:38:39

2012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새 도로명 주소를 두고 명칭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다. 사진은 주민들이
2012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새 도로명 주소를 두고 명칭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다. 사진은 주민들이 '대명서로'로 바꿔 주길 원하는 구승마장길 안내판. 정운철기자 woom@msnet.co.kr

오는 2012년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가는 새 도로명 주소를 두고 명칭을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많다. 어감이 좋지 않거나 지역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한 곳을 주변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담은 이름으로 바꿔달라는 것.

달서구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땅골 1·2·3길(두류3동)의 명칭을 야외음악 1·2·3길로 바꾸는 안을 내놨다. '땅골'이라는 이름이 '땅굴'의 어감과 비슷해 북한을 연상시킨다는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여서다. 사실 '땅골'이라는 명칭부터가 잘못된 지명이다. 두류동의 옛 지명인 '당곡'이 거센소리화와 함께 발음하기 편하게 자꾸 변형되다 보니 '땅골'이라는 희한한 명칭으로 불리게 됐던 것.

먹거리 1·2·3·4길(신당동)은 서당 1·2·3·4길로 바꿀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주변에 먹을거리 골목이 있긴 하지만 주택가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다수 주민들이 거부감을 표현해 이를 고려, 먹거리라는 명칭보다는 옛 서당이 위치했던 지역 특징을 감안해 서당길로 바꾸는 편이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동구청에서는 '하상로'(신천1동)라는 명칭은 '미래로'로, '배일로'(신천1동)라는 도로명은 '사랑로'로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남구청에서는 '구승마장길'(대명 9동)이라는 명칭 대신 '대명서로'라는 명칭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 승마장은 1990년대 초반 이미 없어졌으며, 일부에서 '말을 탄다'는 의미가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이 있어 대명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길이라는 위치적 특성을 담은 대명서로로 바꾸기로 한 것. 장기적인 구청 이전 계획에 맞춰 현 구청 옆 구청동·서·북길(봉덕동)이라는 명칭 역시 봉덕북안길, 봉명중앙1길 등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

남구청 지적과 박원구 담당자는 "이름이 한번 고시되고 나면 앞으로 3년 동안은 바꿀 수 없으며, 만약 바꾸길 원한다면 주민 5분의 1 발의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의 이견이 있는 일부 명칭은 고시 이전에 미리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추상적인 도로명 등을 지역의 지리적 위치와 특성을 감안한 이름으로 바꾸라는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대다수 기초자치단체들은 90년대 말부터 주소명 변경 작업을 벌여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 있는 지명을 제외하고는 다시 개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수성구를 7개 권역으로 나눠 신천변은 물과 관련된 이름, 구청 인근 지역은 관공서와 관련된 이름, 지산·범물 지역은 하늘과 관련된 이름 등으로 명칭을 붙이고 지난달 30일 새 도로명에 대한 고시까지 마쳤다. 행안부 지침에 따르려면 막대한 예산이 새롭게 투입되는 탓에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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