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대구~포항 고속도로~청통'와촌IC~은해사

입력 2008-10-16 06:00:00

울창한 솔숲길 "마음까지 편해지네"

영천 은해사 가는 길은 '가깝다'. 북대구IC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도동 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일 먼저 나타나는 청통'와촌나들목을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40분 남짓이다. 청통'와촌나들목과 맞닿아 있는 청통네거리에서 부터는 창을 열고 심호흡을 해보자. 차창 안으로 밀려드는 가을 바람이 왜 이리 향기로운지….

은해사 주차장까지 10여분쯤 이어지는 지방도로엔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벚꽃나무와 황금빛 들녘이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은해사 주차장에 내려 일주문을 지나면 쭉쭉 뻗은 소나무가 절경이다. 일주문~보화루까지 울창한 숲길은 금포정이라 불리는데 1714년 조선 숙종 임금 때 조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포정(禁捕町)은 '일체의 생명을 살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300년 수령에 높이 10여m의 송림이 우거진 이곳을 걷다 보면 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금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의 나무도 만날 수 있다. 수령이 서로 다른 나무가 오랜 세월이 지나 서로 맞닿아 합쳐진 것을 연리목(나무) 또는 연리지(가지)라 부르는데, 은해사의 사랑나무는 수령 100년 정도의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서로 엉켜 자라고 있다. 연리목'연리지는 나라의 경사, 부모에 대한 효성, 부부간의 애정을 상징하며, 삼국사기와 고려사 같은 옛 기록에서도 매우 경사스럽고 희귀한 것으로 여겨졌다. 사랑의 나무 표지판에는 오른편으로 돌면 아들을, 왼편으로 돌면 딸을 낳는다는 설명과 함께 사이가 안 좋은 부부가 손을 잡고 돌면 서로 화합한다는 구전이 쓰여 있었다.

금포정 숲길이 끝날 즈음 사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은해사는 동화사와 더불어 팔공산에 자리잡은 쌍찰로, 신라 헌덕왕 1년(809년) 혜철 국사가 창건한 해안사가 전신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4대 부찰 중의 하나였다는 명성에 걸맞게 대웅전을 중심으로 많은 전각들이 좌우에 포진하고 있다. 괘불탱(보물 제1270호),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등 많은 소장 문화재들이 있고, 대웅전과 보화루, 백흥암 등 현판 글씨 또한 조선시대 명필, 추사 김정희의 친필로,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 거조암

은해사에서 나와 신녕면 쪽으로 8㎞ 정도 가다보면 거조암을 만날 수 있다. 은해사 부속 암자인 거조암의 영산전은 국보 제14호. 그 안에 후불탱화와 오백나한상이 봉안돼 있다. 이곳은 사흘 동안 지성스럽게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불자들이 많이 찾는다.

# 보현산천문대

시간이 넉넉하다면 거조암을 나와 보현산 정상으로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3대 천문관측소 중 하나인 보현산천문대는 천체의 움직임과 변화를 관측하고,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곳. 보현산 능선의 장쾌한 전망과 함께 가을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이 곳에 설치된 국내 최대 1.8m 광학천체 망원경은 만원권 신권 뒷면 도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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