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세금이 잘 쓰이게 하려면

입력 2008-10-15 06:00:00

예산은 미래 국민생활 이정표/'사용처 감시' 국민권리 행사를

미국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침체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나서서 긴급 구제금융 실시 등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위기 해소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당면한 금융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시점이다. 재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예산은 국가경영의 근간이 되는 핵심수단이다. 10년 전 외한위기 상황에서 경제가 극도로 어려웠을 때 재정에서 금융구조조정지원, 사회안전망구축, 실업대책, SOC투자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석유파동 이후 물가가 폭등하던 1980년대 초에는 동결예산편성을 통해 안정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등 경제위기시마다 재정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 경제학자 슘페터는 "한 나라의 장래는 그 나라의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하면서 미래 국민생활을 설계하는 것이 곧 예산이라고 했다. 미국의 어느 정치인은 "예산은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하고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국민의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정부에서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의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국정운영비전과 경제상황 그리고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우선순위를 설정한 후 사업별로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회의 예산심의확정 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안을 면밀히 조사 검토해 이를 잘 수정·보완해야 한다. 국가의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최적 대안을 모색해 예산안을 만들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확정된 예산의 집행과정에서 정부는 정책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국민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잘 쓰이는지 얼마나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하고 있을까. 모든 예산이 국민생활과 관련되어 있지만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에서 예산을 짜는 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투입해 철저한 검토절차를 거치고 정성을 들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회의 심의 과정은 어떠한가. 정기국회를 예산국회라고 한다. 그만큼 예산심의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정치적 이슈 등으로 예산심의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뒤늦게 예산심의를 시작해 헌법상 예산의결기한인 12월 2일을 넘겨 연말쯤 확정된다. 정부는 집행준비시간이 부족해 효율적인 집행에 차질이 오고 자치단체도 국가예산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업예산은 이듬해 추경예산편성을 통해 확정함으로써 예산집행이 늘 지연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이 자신의 대리인을 질책하고 선거시에 이를 감안하고 있는가. 예산집행과정에서도 국민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신설했지만 국민의 관심도는 부진하다. 지난해 제정된 국가재정법에서 예산의 불법지출에 대해 일반 국민 누구나 시정요구가 가능하고, 예산이 절감된 경우 시정요구자에게 예산성과금을 지급하도록 제도화했지만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흔히 예산은 정부 국회 국민들 간의 대토론의 장이라고도 한다.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예산편성과 국회의 예산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국민이 감시해야 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예산'으로 편성해 이달 초 국회에 제출했다. 연초부터 준비해 내년의 대내외 여건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 고민 끝에 짠 예산이다.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인 예산심의를 하는 시기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확정 과정에서 국민의 대리인이 나라살림 운영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켜볼 때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지혜와 열정이 담긴, 국민과 함께하는 나라살림 운영이 돼야 한다.

반장식 전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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