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도 꿋꿋한 지역은행의 힘

입력 2008-10-13 09:00:09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과다한 위험을 안은 채 영업을 하다 잇따라 침몰, 국내 은행권에도 돈가뭄이 발생하고 있지만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의 유동성 수치는 이와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 시중은행들의 예대율 평균은 143.7%. 하지만 대구은행의 예대율은 129.8%다. 은행권 평균보다 13.9%포인트나 낮다.

예대율이 높다는 것은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수신고 범위를 벗어나 시장에서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많이 조달, 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의미다. 결국 요즘과 같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서 돈가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대구은행은 보수적 대출관리 덕택에 안정적 자금 운용을 하고 있다는 것.

원화 뿐만 아니다. 요즘 은행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외환 부족. 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는 3년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12년만에 최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단기에 갚아야하는 외화채무는 41%나 늘었다. 단기차입의 급증이 상환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달러 부족 사태를 일으켰고 기업의 외화 구하기 대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대구은행은 최근 다른 금융회사에 단기로 외화자금을 빌려줬다. 그만큼 외환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외화부채 규모는 7억달러 수준으로 은행권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대구은행 김병태 부행장은 "외환위기 때 많은 은행이 인수 또는 합병됐지만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감독당국의 개입없이 자력으로 생존했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작지만 탄탄한 은행이라는 기조를 지키려 노력했고 지난 몇년간 경기호황 국면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철저히 지켜 유동성을 풍부하게 쌓았다"고 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지난해 이후 이어진 투자상품으로의 이전현상 때문에 올 3/4분기까지 수신증가율이 8%(추정)에 머물렀지만 대출증가율은 12%(추정)를 기록, 유동성 관리 노력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계에 대한 자금수혈 역할도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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