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감독 닐 조던은 독특한 자기스타일과 할리우드의 범용(汎用) 스타일을 오가는 감독이다.
닐 조던 하면 많은 이들이 '크라잉 게임'(1992년)을 떠올린다. IRA(북아일랜드의 독립 지하조직)를 통한 정치적 대립구도에 인종 간 갈등, 동성애까지 한 카테고리에 묶은 영화로 90년대 최고의 반전(反轉) 영화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부침(浮沈)이 심한 감독에 속한다. '천사탈출'(1989) 실패에서 '크라잉 게임'으로 재기했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마이클 콜린스'(1996)를 넘어 '인 드림스'(1999)로 다시 가라앉았다가 '플루토에서 아침을'(2005)로 관심을 끌어 '브레이브 원'(2007)으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든 영화에선 제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다. 실패의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 대부분 할리우드에서 찍은 영화들이다.
이번 주 KBS1TV 명화극장(13일 0시35분)에 방영되는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그의 조국 아일랜드에서 찍은, 닐 조던 스타일의 영화이다.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남성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제 이름은 패트릭이죠. 하지만 그냥 키튼이라고 불러주세요. 전 그 이름이 좋거든요."
핫핑크의 창 넓은 모자와 핑크 립스틱, 푸른 눈동자와 출렁이는 금발. 패션모델처럼 세련된 몸짓으로 걸어가는 여인이 있다. 장미와 캔디, 미니스커트, 모피, 스타킹 그리고 샤넬 No. 7을 좋아하는 여자. 그러나 그녀의 성별은 '남자'이다.
갓난아이 때 아일랜드 시골 한 가톨릭 사제관에 버려진 아이. 그는 자신만의 성을 쌓아가며 자란다. 양어머니 몰래 립스틱을 바르고, 원피스를 입고 TV속 여주인공의 대사를 따라 읊는다. 가족들은 그를 변태 취급한다. 그의 내면을 바라봐 주는 이는 리암 신부와 단짝 친구뿐이다.
클럽에서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으리"라는 노래를 듣던 그는 '유령 숙녀'가 되어버린 엄마를 찾아 런던을 향한다. 왕년의 미녀배우를 쏙 빼닮았다는 엄마, 너무 예뻐 런던이 삼켜버렸다는 엄마를 찾아 꽃무늬 트렁크 하나 꾸려 길을 떠난다.
이 작품은 닐 조던이 1997년 연출한 '푸줏간 소년'의 원작을 쓴 패트릭 맥케이브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모두 40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고, 각 에피소드들은 속도감과 함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펼쳐진다. 정체성 혼란이란 극단적 고난을 상상력과 블랙 코미디로 넘겨 버린다.
여장 남자가 나오는 영화에 극심한 알레르기가 없는 관객이라면 가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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