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확산…청년 일자리 창출 걸림돌로

입력 2008-10-10 09:04:03

57세인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60세로 늘고 대기업들도 잇따라 재직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현장인력의 신규채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올 들어 상당수 기업에서 노사가 정년연장에 합의, 퇴직자가 줄자 업체들도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축소하면서 이것이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년연장 대세=산업계에 정년연장 불길을 댕긴 것은 현대자동차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기존 58세이던 생산직 사원의 정년을 1년 연장했다. 이것을 계기로 기아자동차·현대제철·로템 등 현대기아차 계열사들이 올해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1년 더 늘려 59세로 정했다. 또 한국철강은 56세에서 57세로, BNG스틸은 57세에서 58세로 1년 연장하는 등 완성차와 철강업계에서 정년연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조선업계로도 번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올해 정년을 59세로 1년 연장했다. 다만 이들 업체는 각각 늘어나는 1년을 촉탁과 계약직으로 신분에 변화를 주기는 했다. 또 삼양사는 56세에서 58세로 2년 연장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포항공단의 한 대기업 임원은 "상대적으로 경기상황이 좋은 업종에서 정년연장이 먼저 시행되고 있는데 내년 노사협상에서는 '정년연장'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공무원 정년이 60세로 늘어난 이상 이는 공기업으로 확산되고, 결국에는 50대 대기업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공무원사회에서 먼저 시행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반으로의 확산을 염두에 둔 조치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채용 차단='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설비 자동화·첨단화 등으로 기업들의 생산과 매출은 늘어나지만 고용규모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 산업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으로 당장 올해 퇴직자가 줄고 '연장'의 대상이 된 현장직의 신규채용 규모는 그만큼 줄고 있다.

정년연장 시행에 들어간 한 대기업 인사담당 간부는 "현재 재직자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나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생각조차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경우 매년 현장직만 수십명씩 채용했지만 올해는 계획이 없다.

정년연장을 시행하지 않는 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기업 A사 임원은 "현장 직원들의 분위기나 정부의 입장이 '연장' 쪽으로 가는 것으로 미뤄볼 때 내년에는 정년연장 도입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미리 채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총원(總員)을 관리 중"이라고 했고, B사의 한 임원도 "현재 56세인데 내년 단협에서 최소 1년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해 올해 신규채용을 없앴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가 취업 호기=그럼에도 전체적인 채용시장 분위기는 현시점(10∼12월)이 최근 수년간과 비교해 볼 때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치바람'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펴는 한편으로 재계에 끊임없이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하반기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채용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리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취업포털 '코잡' 최정호 본부장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내년 경기전망이 어둡게 나오고 있어 기업들이 구인정보를 쏟아내는 지금이 취업의 절대 호기"라며 "청년 구직자들은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단 일자리를 먼저 구하고 난 뒤 이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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