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6·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지난 8일 국제 유가가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동네 주유소에 들렀지만 전혀 하락했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지난 7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40%나 떨어졌지만 휘발유 판매가격은 10% 정도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제 유가는 떨어졌는데 동네 기름값은 제자리 걸음"이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기름값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지역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휘발유, 경유의 소비자 가격은 기대치보다 훨씬 높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26달러 하락한 77.9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5일(배럴당 76.57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며, 두바이유가 80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24일(배럴당 78.39달러) 이후 1년만이다.
두바이유는 올해 1월 2일 배럴당 89.29달러로 출발해 7월 4일 140.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3개월 만에 45%가 폭락해 80달러선 밑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구시내 휘발유 가격은 미동도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마저 생겨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이 밝힌 지난 7일 대구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692.77원으로 전날(1천691.47원)에 비해 오히려 올랐다. 두바이유가 같은 기간 배럴당 2.26달러 하락했지만 지역 휘발유 판매가는 거꾸로 상승한 것이다.
오피넷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4월 15일 휘발유 및 경유의 대구 주유소 평균 가격은 ℓ당 각각 1천685.09원, 1천575.97원이었다. 이는 10월 7일의 휘발유와 경유값 1천692.77원, 1천647.70원에 비해 휘발유는 7.68원 싸고 경유는 71.73원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4월 15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3.66원인데 비해 10월 7일은 25.67달러 떨어진 77.99달러였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가격에 연동시키는 싱가포르 국제 가격 역시 지난 4월에 비해 떨어졌다. 4월 첫째주 휘발유와 경유의 싱가포르 국제시세는 배럴당 각각 110.45달러, 132.02달러였다. 9월 넷째주는 각각 106.56달러, 122.20달러로 4월보다 각각 3.89달러, 9.82달러 낮아졌다.
국제 원유가와 싱가포르 국제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기름값 인하가 주춤한데 대해 국내 정유업계는 원화가치 하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환율이 올라가면 원유 도입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가 아닌 국제 상품가에 따라 연동된다. 국제 상품가와 국내 휘발유 사이에는 2주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2주 뒤에 국제 상품가와 환율이 결정한다.
문제는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4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986.66원이었지만 10월 7일 현재 1천328.10원으로 341.44원이나 올랐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가격이 오르면 주유소 공급가를 인상하고 주유소들도 판매가를 올리게 된다. 유가 하락보다 환율 상승이 더 크게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80달러 밑으로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2주 후 반영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하락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의 44%가 세금인 점도 기름값 하락의 체감도를 낮추고 있다. 현재 휘발유에는 유류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를 포함, ℓ당 831.02원의 세금이 붙는다.
주유소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좀처럼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해 초 수준인 900원대로 떨어져야 대구시내 휘발유값이 1천5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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