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보물찾기]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e, 2006)>

입력 2008-10-09 11:21:14

콩가루 일지라도… 가족은 위대하다

성공을 위한 9단계 프로그램 개발에 목숨을 거는 아빠 프랭크(그렉 키니어 扮), 골초에다 가족의 저녁 식단을 패스트푸드로 차리는 엄마 세릴(토니 콜렛 扮), 니체를 추종하며 9개월째 침묵 수행중인 아들 드웨인(폴 다노 扮), 두꺼운 안경과 볼록 튀어나온 똥배 몸매로 미인대회를 동경하는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아비게일 브레슬린 扮), 헤로인 상습 복용에다가 포르노 잡지를 좋아하는 욕쟁이 할아버지 후버(앨런 아킨 扮),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한 뛰어난 학자지만 동성애에 빠져 자살까지 시도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 扮).

설명하기도 벅찬 콩가루 집안의 막내인 올리브에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 경연 대회인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우연히 찾아온다. 올리브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콩가루 가족은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짧은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콩가루 가족의 여행은 즐겁기는커녕 좁은 버스 안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만 커져간다. 이런 와중에도 올리브는 할아버지와 함께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무대를 눈앞에 두지만 약쟁이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모든 계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은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려 가족 간의 갈등을 코믹하게 다룬 2006년 영화이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Hell'라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가족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화해하는 과정이 표현된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코미디란 걸 알면서도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능력을 갖춘 배우들 덕분에 진솔한 웃음이 가득한 걸작이다.

각종 CF와 뮤직비디오로 명성을 쌓은 부부 감독 조나단 데이턴과 발레리 페리스의 첫 장편 데뷔작인 '미스 리틀 선샤인'은 스타급이 아닌 연기파 배우들을 데리고 저예산의 규모로 찍어냈지만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관심의 대상에 올랐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앨런 아킨)과 각본상을 거머쥐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41개 부문을 수상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소규모 예산으로 촬영된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미국 현지에서 개봉 당시 6천만 달러에 가까운 기적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국내에서는 그저 그런 가족 코미디물로 치부되어 별다른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특히 멀쩡한 영화 제목인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을 수입사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이상하게 바꾸어 놓은 만행(?)으로도 유명하다. 수입사에서는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 라고 변명했지만 캘리포니아의 미인을 뜻하는 '미스 선샤인'의 숨은 의미를 살리지 못한 제목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DVD로만 만날 수 있는 '미스 리틀 선샤인'은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할인 행사용으로 전전하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타이틀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미스 리틀 선샤인'의 DVD는 예상외로 화려하고 뛰어난 수준의 화질을 보여준다. 로드무비답게 야외 촬영이 많은 영화임에도 미국 서부의 풍경이 풍성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배우들의 대사와 각종 음향들이 또렷하게 표현되는 사운드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감독인 조나단 데이턴과 발레리 페리스의 영화 전편에 걸친 음성해설과 4가지 버전의 다양한 엔딩이 부가영상의 전부이다.

김경덕(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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