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사업 발목 잡힐 수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조병인 경북도교육감이 8일 사퇴하자 경북도교육청 직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감 공석으로 교육행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소 방침에 부담 느껴 사퇴=조 교육감은 8일 오후 담당국장을 교육감 관사로 불러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사퇴하겠다'는 글을 팩스로 도교육청에 보냈다. 조 교육감은 '사직에 임하는 글'을 통해 "이번 사태로 물의를 일으켜 모든 분들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현직을 유지하는 것이 경북교육계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사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신에 대해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경북교육계 수장으로서 큰 부담을 느껴 고심 끝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기소하면 재판 과정이 오래 걸려 수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도교육청은 조 교육감이 9일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에 이를 통지하고 내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새 교육감이 선출될 때까지 임승빈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는다.
◆충격에 빠진 교육청=도교육청은 교육감 사퇴에 따른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오후 부교육감과 국장, 일부 과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사퇴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교육감 부재로 인해 행정공백이 우려되는데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교육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간부는 "오는 14일 국감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인데 정말 골치 아프다"며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사태 수습 방안을 찾고 교육청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만간 전 직원을 모아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교육감 사퇴 소식을 들은 일부 직원들은 창가를 멍하니 쳐다보는가 하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던 직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이었다.
도교육청 한 직원은 "청렴한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안타깝다"며 "청도 이서중·고를 운영하는 경도재단은 10년 동안 문제투성이였는데 그 곳과 연류됐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육행정 차질 불가피=교육감의 사퇴로 경북교육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130억여원에 이르는 보궐선거 비용 지출이 도교육청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비용을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 돈은 결국 시책사업 예산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 기존에 예정된 각종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도교육청의 장기발전계획인 '비전 2010'의 사업인 야영장 현대화 사업이나 포항 해양수련원 건립,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 등의 추진이나 진행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2조5천억원에 이르는 내년도 사업 예산 통과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확보를 위해선 교육감이 도교육위원회는 물론이고 도의회와 여러 사안에 대해 협의와 조정을 해야 하는데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런 일들이 원만하게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직원은 "교육감이 취임 2년을 넘기면서 소신을 갖고 교육 행정을 펼칠 시기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결국 피해가 경북의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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