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삶의 향기 몇점

입력 2008-10-08 06:00:00

황동규 지음/휴먼 앤 북스 펴냄

한국 문단의 거목 황동규 시인의 산문집이다. 1976년 '사랑의 뿌리', 1979년 '겨울노래', 2001년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에 이어 산문집으로는 네 번째다. 1958년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10월호를 통해 등단했으니 올 해가 작가의 길을 걸은 지 반세기가 되는 해이다. 그동안 13권의 시집을 상재한 그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70세의 나이에 펴낸 산문집에는 문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여러 예술 장르를 아우르면서 불교, 기독교, 선에서 니체까지 인류사의 위대한 정신적 궤적까지 흡수하여 작가 특유의 언어로 변환시킨 35편의 글이 실려있다.

1부에는 주로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고 2부는 예술, 술, 여행, 선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3부에는 예술론, 문학상 수상소감, 음악이야기,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와의 대담이 수록돼 있다. 지난 7년간 '현대문학', '대산문화' 등에 발표한 원고를 모은 것이기는 하지만 산문집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정신적 흐름이 보인다. 그것은 예술을 통한 진정한 삶, 삶을 통한 진정한 예술이라는 주제 의식에 집요하게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통해 황동규 시인은 다시 한번 진정한 예술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산문집이 바로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여정인 셈이다. 276쪽, 1만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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