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한글은 우주의 기(氣)를 담고 있다'

입력 2008-10-08 06:00:00

올해로 우리의 한글이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반포된 지 562돌을 맞았다.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여 기념식을 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인 1945년부터이니, 올해로 63년이 되는 셈이다.

한글날은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이 넘는 해를 보냈지만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훌륭한 문자이니 자부심을 갖고 그 우수성을 알리고 보급하자는 수준의 기념일에 머무르고 있다. 한글이 어떤 면에서 우수한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역학적인 증명보다는 감상적인 예찬만 되풀이되고 있는 듯하다.

한글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그저 배우고 익히기 쉬워 문맹 퇴치에 공을 세웠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글은 문자 탄생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창제 연도와 製字(제자)의 원리가 분명한 문자이다. 또한 문자가 가지는 易性(역성)이 정확하며, 우주의 氣(기)를 담은 만물의 소리와 사람의 음성적 특징을 시각화한 문자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 등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소리와 문자의 일치성이 뛰어난 이유는 제자의 원리에 있다. 한글은 동양의 易(역) 철학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졌으며, 太極 陰陽(태극 음양)과 五行(오행:木, 火, 土, 金, 水) 중에서 음성과 관계된 소리가 문자의 제자 과정에 적용되어 있다. 우주의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인도 고대문자인 산스크리트어와 함께 대표적인 소리 글자이다. 모음과 자음이 분명하다. 한글 창제 때 세종이 창틀의 격자 모양을 보고 자음과 모음을 정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이는 잘못이다. 성삼문과 신숙주가 한글을 만들면서 음운학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는 역사 기록이 말해준다. 두 사람은 음운학을 배우기 위해 명나라의 翰林學士(한림학사) 黃瓚(황찬)을 만나러 13차례나 요동 지방을 방문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조음기관이라고 불리는 발성기관의 모양을 흉내내 지어졌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은 빛과 어둠, 그리고 소리일 것이다. 신생아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소리는 자신의 울음소리와 주변의 생활소음, 반복해서 들려오는 이름 소리이다. 혹자는 이름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음악이라고도 했다. 일부 성명학자들은 한글의 획수로 음양을 구분하고 있는데, 문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신생아에게 중요한 것은 漢字(한자) 또는 한자의 획수가 아닌 어떤 氣(기)를 가진 音韻(음운)의 소리일 것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계가 인정한 우수한 한글로 아호 또는 이름을 지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재박 예지작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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