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상우씨 연극 '변' 공연

입력 2008-10-07 06:00:00

새버전 춘향전 대구로 납시오

▲연극
▲연극 '변'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와 이름은 조선중기 그대로이지만 무대나 복장은 현대식이다.

이몽룡과 성춘향 없는 '춘향전'은 어떨까? 변사또가 연애시인이라면 어떨까?

연극계 대표 연출가 이상우가 새롭게 연출한 '연극 변'은 기존의 서사구조를 뒤엎고 재구성한 작품이다.

원전 '춘향전'은 이몽룡과 성춘향, 변학도가 삼각구도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번 '연극 변'에서는 원전에서 주변인물에 불과했던 아전과 기생이 중심인물이 돼 극의 흐름을 지배한다. 세 사람의 애정관계는 변사또의 짝사랑으로 표현된다.

연극'변'의 주인공은 다섯 명의 아전과 다섯 명의 기생, 그리고 변학도와 그의 친구들이다. 100분간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바보들의 행진을 연상케한다. 대제학의 자제로 술이라면 두주불사, 문장이라면 장안에서도 한문장 날리는 시인 변학도. 그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춘향에게 수청 한 번 받아보려고 관아 일은 친구들에게 맡겨둔 채 연애시만 읊어댄다.

변학도에게 당할 때마다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아전과 기생들. 매번 비상한 작전을 세우고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변학도 앞에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 그네들끼리는 서로 '실세'니 '실세의 배후'니 외치지만 정작 변학도 앞에 서면 고양이 앞에 쥐다.

연극 '변'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왕조 중간 어디쯤. 그러나 연극의 시점은 20세기 말 대한민국 어디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각 아전의 호를 한국의 정치인들의 호에서 따온 것을 보면 이 연극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꼬집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극은 구국아전들의 회의로 시작된다. 새로 부임하는 신관 사또에 대한 신상파악과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동안 백성들에게 긁어모은 비자금을 나누어 갖기 위한 모임이다.

같은 시각 '호국기생'들 역시 회의를 하고 있다. 아전들이 떼어준 비자금이 작다고 아우성치며 이들 역시 새로 부임하는 사또를 파악하려고 애쓴다. 사또와 아전을 알아야 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변학도가 고을에 도착한다. 그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전들의 인사 대신 기생들 숫자부터 확인한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던 춘향이 나타나지 않자 불같이 화를 낸다. 붙잡혀 온 춘향을 본 변학도는 그날부터 상사병을 앓기 시작한다. 춘향을 향한 변학도의 사랑은 점점 파국을 향해 달린다. 관아 일이 뒷전이라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진다.

변학도의 생일날, 술에 취한 변학도는 옆에 있지도 않은 춘향을 향해 술잔을 비우고 아전들에게 시비를 건다. 참지못한 아전들이 일어나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비웃음만 당한다. 그 사이 밖에서 화난 민심의 고함이 들린다.

연극 '변'에는 배우 문성근, 김승욱, 정석용, 이성민, 서동갑, 이희준, 전혜진, 공상아, 오유진, 김수정 등이 출연한다.

공연정보=11일 오후 7시, 12일 오후 5시/수성아트피아 용지홀/제작 극단 차이무/전석 3만원/053)666-3300, 1588-7890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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