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발칙한 '퍼스트 무버' 발상

입력 2008-10-07 06:00:00

미국 작은 마을의 약사였던 팸버턴은 강장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다. 1886년 그의 실험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완성된 재료에 물을 타기만 하면 강장제가 완성될 순간, 그는 실수로 물 대신 소다수를 넣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검은 액체는 독특한 단맛을 냈다.

팸버턴은 약국에서 액체를 팔았지만, 소득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 액체에 흥미를 가진 이가 있었다. 약국 점원이었던 캔들러는 자신의 전 재산인 1천750달러로 검은 액체 한 주전자와 조제법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 주전자에 담긴 검은 액체가 '마법의 물'이 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캔들러는 상상력을 발휘해 이 검은 액체를 약이 아닌 청량음료로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검은 액체는 다름 아닌 코카콜라(Coca Cola)였다.

일본은 최근 지하철, 지하도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의 진동을 이용한 에너지개발에 착수했다. 소음과 진동을 에너지로 개발하는 작업이 효율과 경제성 측면에선 아직 시기상조겠지만 그 발상이 놀랍고 또 무섭기조차 하다.

대구시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 K-2 공군기지 이전운동이 세차게 진행되고 있다. 기지 이전이 최상이겠지만 기지가 이전될 때까지 K-2의 무진장한(?) 소음을 에너지로 개발할 수 없을까. 또 도심 철도 소음, 공사장의 소음을 진동으로 바꾸어 에너지로 얻는 방법은 없을까.

빌 게이츠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이적이고 근면성과 기술의 모방적 창조는 탁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온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빌 게이츠는 한국이 세계 속의 경제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대구경북은 어떤가. 가로등에서 산소를 내뿜게 해 '산소거리'를 조성하면 어떨까. 또 가로등에 폐쇄회로 TV를 달아 폭력장면을 찍거나 치안기능을 부여해 세계 최고의 안전도시를 만들면 어떨까.

아니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사이버남녀체험관을 만들어 보자. 건강한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그들이 마땅히 놀 곳, 성욕을 풀 데가 없다. 발칙하지만 고령친화시설을 노골적으로 만들어 보자.

경북에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활용해 '종교디즈니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불교 디즈니랜드, 가톨릭 디즈니랜드, 크리스천 디즈니랜드를 제대로 만들어 성지(聖地) 못지 않은 종교 체험시설, 종교 볼거리, 종교와 연계·확장 가능한 휴양시설을 만들면 엄청난 관광객 유입효과를 보지 않을까. 이것은 발칙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또 경북도에서 소, 돼지를 낳으면 대구시민에게 분양해 도시민들이 언제든지 내 송아지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보게 하고 그곳의 식량을 도시민에게 연결 판매하는 '식량농업특구'를 만들면 어떨까.

대구경북 경제가 어렵다. 지리적, 인적여건은 물론 산업인프라가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경북에서 퍼스트 무버, 차별화한 아이템을 만들 수는 없을까.

대두콩을 100번 굴리는 것보다 호박을 한번 굴리는 것이 낫듯이 한국을 선도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개발이 필요한 때다.

이춘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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