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가슴으로 영화 처음 봤죠"
"눈으로 보지 않아도 가슴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관 나들이를 마친 한 시각장애인의 가슴 벅찬 소감이다.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 1일 씨너스 포항 영화관 한 관을 빌려 시각장애인과 가족 및 자원봉사자 120여명을 초대해 시각장애인영화관람 행사를 가졌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평소 이동의 어려움과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접근의 곤란함 때문에 영화 관람과 같은 대중문화 시설을 개인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90%가량이 중도실명자인데 이들은 실명 전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를 즐겨 봤지만 시력을 잃은 뒤에는 영화관을 찾아가 영화를 관람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실을 안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정서적 지원을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으며, 영덕을 포함한 경북 남부 권역의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영화는 동행한 시각장애인 가족과 자원봉사자가 옆에 앉아 화면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방법으로 관람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 유순희(32·여)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 관람을 해서 좋았으며 앞으로 또 이런 행사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30년 만에 찾아온 영화관"이라는 한 할아버지의 말에 이말택(71) 할아버지는 "30년이면 얼마 되지 않았네. 나는 50년 만에 처음 왔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태어나 처음 가본 영화관, 수십년 만에 가본 영화관. 그곳에서 그들은 선명한 화면을 직접 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설명으로 화면의 상황을 이해해야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풍성한 상상력으로 가슴으로 깊이 느낄 수 있는 영화관람 나들이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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