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지금은 개점휴업중

입력 2008-10-04 06:00:00

지금 중국은 국가전체가 장기휴가 중이다. 10월 1일 국경절, 신중국의 탄생을 기념하는 가장 중요한 경축일의 하나로 공식적으로 3일, 실제적으로 7일간 휴가를 가진다. 10월 1일부터 3일간의 공식휴가와 휴가 후 연이은 토요일, 일요일을 합하면 5일이다. 여기에 9월 29일(월요일), 9월 30일(화요일)이 휴가기간에 포함되었다. 대신 국경절 전 주의 주말인 9월 27일 토요일과 9월 28일 일요일을 정상근무하게 하였다. 물론 학생들도 등교를 하였다. 국무원의 설명에 따르면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국경절휴가가 두 주에 걸쳐 나누어지지 않도록 일주일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날짜조정에 대해 말이 많다. 예년의 경우였으면 주말은 당연히 쉬고(27일, 28일), 이틀을 근무하고(29일 월요일, 30일 화요일), 그리고 10월 1일부터 7일까지 내리 일주일을 쉬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국경절휴가관례만 생각하고 행사를 계획한 사람들의 당혹감이 크다. 연초 결혼식 날짜를 10월 6일로 정해놓은 석(石)씨, 골치가 아프다. 휴가가 5일에 끝나기 때문이다. 처음 정보를 접한 석씨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려고 인터넷을 뒤졌다. 지난해 말에 이미 휴가변동내용이 확정되었다는 국무원의 통지를 찾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휴가기간 변동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본인의 책임일 뿐이다. 부랴부랴 결혼식을 다음 주말로 연기하고 있지만 이미 예약된 호텔과 예식차량, 발송된 청첩장 등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하루 일당이 급한 사람들도 불만이다. 휴가기간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고용주가 일을 못하게 한다. 허베이(湖北)성 노동보장청 관련인사의 말에 따르면 법정휴가기간 동안에 추가근무를 시키면 평소임금의 4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上海)시 변호사협회 노동법전문가의 해설이다. "비록 지금까지 '법정휴가기간 4배 임금'의 개념은 없었지만, 만약 근로자가 법정휴가기간에 일을 하면 법적으로 당일임금의 3배를 계산해 줘야하고, 휴일인 당일의 일당까지 합산하면 실제로 4배가 된다." 당연히 업주의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휴업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사업장이고 어디고 몽땅 휴가이다.

국경절 휴가에 중국 사람들만 쉬는 게 아니다. 중국 증권시장도 쉰다. 상하이와 선전(深?)의 증권시장이 전면휴장에 돌입한다고 휴장일정을 발표했다. '2008년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휴장하고, 10월 6일(월요일)에 다시 개장한다. 그리고 9월 27일(토요일), 9월 28일(일요일)은 주말이기 때문에 휴장한다.' 합치면 총 10일 동안 폐장하는 셈이다. 휴장발표와 동시에 자금이동도 묶었다. '9월 26일 기간 만료된 채권은 26일 날짜로 청산하고, 자금은 10월 6일 교부수령한다. 10월 6일의 거래와 9월 27~10월 6일 만기채권은 10월 6일 증산하고 자금은 10월 7일 교부수령한다.'

중국의 국경절 장기휴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공교롭다. 지금 세계는 미국발 금융 토네이도로 증권시장이 초토화되고 있고,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지난 화요일에는 미국의회가 7천억 달러 구제금융안까지 부결된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시장체제로 한 줄에 꿰어있던 자본주의집안들이 줄초상이 났다. 든든하게 버티던 유로화마저 폭락했다. 신자유주의의 틀에 안주하던 각국들이 자본시장의 도미노적 붕괴에 맞서느라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블랙먼데이, 자본전쟁, 금융폭탄, 시장붕괴가 일상용어가 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 위기의 순간에 중국은? 용하게도 국경절 휴가에 맞추어 태풍 부는 날 대문에 빗장을 걸었다. 덕분에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보고 있다. 올림픽에서 판돈을 싹쓸이 한 중국, 금융태풍을 피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멜라민사태에 대해서도 '시치미 뚝' 할 수 있다. 중국어민의 서해안해경구타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항의전화? 누구에게! 휴가 중에 전화 받을 만큼 친절한 중국인은 아무도 없다.

중국남부지방의 한 온천, "물 반, 사람 반이어서 온천물에 몸 담그기 힘들다"는 중국관광객의 투덜거림이 부럽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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