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에서 큰 인기를 차지하며 클래식 공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이 오케스트라 콘서트이다. 클래식에는 독창이나 독주도 있고 실내악이나 합창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점은 여러 악기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가 가장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도 많아서 오케스트라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뉴욕 필하모닉 등의 이름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오케스트라는 좋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심지어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대단히 애호하면서도 오페라를 좋아하거나 오페라를 연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리감 내지는 폄하를 나타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사실은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반주하는 오케스트라들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우리나라에도 몇 번이나 방문하여 인기를 누렸던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다. 그런데 이 악단이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또 다른 형태란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은 과거 말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이 지휘봉을 잡았던,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전통과 권위 있는 오페라하우스다. 그런데 이 극장에서 오페라 연주를 하던 오케스트라가 "오페라가 없을 때 우리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서 콘서트를 해보자"라는 취지로 그들만의 연주회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빈 필하모닉의 시작이다. 즉 그들이 오페라를 연주할 때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라고 불리고, 콘서트를 할 때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것이다. 물론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더 많아서 그들 중 일부만이 빈 필하모닉 연주 때 참여하고 그 이름을 붙일 수 있기는 하지만, 뿌리는 같은 것이며 빈 필하모닉의 시작은 오페라하우스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얼마 전에 내한한 이탈리아의 정상급 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빈과 마찬가지로 원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그들도 체계적인 심포니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 다른 법인을 만들어서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에서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가 아는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오페라하우스의 오케스트라 박스가 그들의 원산지이다. 오케스트라들이 지금처럼 발전하고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그들의 훈련과 경험 그리고 흥행에 의한 재정적 자립의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오케스트라는 역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오페라에서 분리될 수 없다.
유럽의 유명 오케스트라들 중에서 오페라하우스와는 처음부터 무관하게 설립되어 발전한 경우는 도리어 예외적인 발생으로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경우는 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런던 심포니 또는 런던 필하모닉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오케스트라들도 발전하면서 도리어 오페라 극장이나 페스티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오페라 연주를 즐겨하는 형국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빈 심포니가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매년 오페라에 참여하고 있으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라이프치히 오페라에서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는 네덜란드 오페라에서 오페라 연주를 자주 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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