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부착, 성범죄 제대로 막을까

입력 2008-10-04 06:00:00

미국 플로리다주 교정국은 지난 2004년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성범죄자 100명 중 40명가량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데, 경찰이 근접 감시를 계속하면 재범자는 7.8명으로 줄어들고 전자발찌를 채워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감시하면 3.8명으로 떨어진다는 것. 이런 결과를 토대로 이후 미국 내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법제화하는 주(州)가 꾸준히 늘어났고, 현재 44개주에서 시행 중이다. 성범죄 전과자는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허리춤에 삐삐처럼 생긴 전자장비를 차고 다녀야 한다. 이들이 학교나 어린이 놀이터 등 접근금지지역에 다가갈 경우 전자장비는 인근 경찰에 자동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인권침해 논란도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성범죄 전과자의 경우 전자발찌를 평생 동안 착용해야 한다.

◆최장 10년간 전자발찌 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0일 전자발찌 첫 부착자가 나왔다. 대구경북 9명을 포함해 전국에 53명에게 부착되며, 이들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간 전자발찌를 항시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미국에 비해 이처럼 착용 기간이 짧은 이유는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이 '성범죄자 가운데 형 집행 중 가석방돼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은 가석방 기간 중 전자발찌를 부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지난 2003년 2월 부녀자를 집단 성폭행해 5년간 복역했던 김모(27)씨는 이번에 가석방되면서 앞으로 4개월간 전자발찌를 차고 살아야 한다. 김씨를 포함한 53명은 담당 보호관찰관과 서울보호관찰소 내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관제요원들로부터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한편 가석방 심사과정에서 발찌보다 교도소를 택한 10여명은 남은 형기를 복역하게 된다.

이번에는 가석방 및 가종료(치료위탁)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하기 때문에 기간도 짧고, 착용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는 검사가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렀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경우 등 '특정 성폭력범죄자' 중 재범 가능자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최장 10년 내에서 부착명령을 내릴 수 있다. 최근 검찰로부터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청구된 유아 성폭력 범죄자 정모(52)씨와 이모(47)씨는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정해진 형기를 모두 채운 뒤부터 최장 10년간 발찌를 달게 된다. 법무부는 올해 연말까지 가석방자와 집행유예자를 중심으로 300여명이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시할 인력과 관제센터는 부족

법무부는 지난해 80억원을 투입해 전자발찌를 개발하고 모두 500대를 제작했다. 전자발찌 한대의 가격은 100만원. 발목에 차는 부착장치(150g 이하·완전방수)와 휴대용 추적장치(250g 이하), 재택감독장치 등 3개 장치 한세트로 구성돼 있다. 전자발찌는 석방 전날부터 착용한다. 외출시 부착장치와 휴대용 추적장치를 반드시 함께 갖고 다녀야 하며, 중앙관제센터 전자지도에 이동경로가 1분 단위로 표시된다. 법원에서 선고한 출입금지지역(피해자의 주거지, 아동상대 성폭력범죄자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에 일정 범위 내로 접근하면 경고음과 함께 휴대용 추적장치를 통해 '그 지역을 벗어나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아울러 담당 보호관찰관의 PDA로도 즉시 통보돼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경고를 받고도 해당 장소를 떠나지 않으면 보호관찰관이 즉각 출동하고, 부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발찌를 풀거나 손상하면 중앙관제센터에 자동 경보신호가 들어오며,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즉시 통보된다. 법무부는 위치추적을 놓치는 경우가 없도록 고층빌딩, 지하철, 목욕탕, 산간오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 1만회 이상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제요원이 현재 13명밖에 안 되는데다 성범죄자들의 이동경로를 추적 감시할 관제센터는 전국에 단 1곳뿐인 것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부는 300명의 전자발찌 부착자가 쏟아질 연말까지 전국 44개 보호관찰소에서 각 2명씩 선발해 88명을 관련 업무에 투입하고, 내년에도 61명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업무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관찰관 업무에 구멍이 생길 우려가 높으며, 갈수록 발찌 착용자는 늘지만 이에 비례해 인력 충원은 힘든 실정이다.

◆성범죄 예방 효과는 아직 의문

전자발찌를 도입하면서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범죄 1만5천326건 중 절반 이상이 재범이었고, 전체 피해자 중 35.6%가 13세 이하 아동·청소년"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해 전자발찌 대상자 45명 중 재범은 한건도 없어서 높은 예방 효과를 검증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달리 말한다. 성범죄 재범자를 검거하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범죄 예방은 힘들다는 것. 성범죄는 특성상 몇분 만에 범죄가 가능한데 정해진 지역을 이탈한 뒤 경고음이 울리고 경찰이 출동해도 범죄 예방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인권단체가 제시하는 재범률은 7%선인데 비해 여성단체나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재범률은 90%를 넘는다. 조사기관이나 대상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 아동 및 상습 성폭행범의 재범률은 실제 80%가 넘지만 데이트 중 성폭행하는 등 초범의 경우 재범률은 10%가 안 된다고.

때문에 심리치료 또는 화학적 거세 등의 예방책 병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치료 중 하나로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캐나다 교정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재범률은 25%에서 15%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혐오조건 형성'이 있다. 성폭행범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성충동을 느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 구토제 등 외부 자극을 주는 것. 이후 성충동을 느낄 때마다 신체에서 거부반응이 생겨난다. 유럽에서는 호르몬제로 남성 호르몬 분비를 줄이는 화학적 거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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