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거점으로 소통의 場 만들어야"
2010년 3월 완공될 대구시립미술관을 다른 미술관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는 지역 미술계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대구시민은 물론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이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미술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분분한다.
대구시는 지난달 26일 오후 2시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대구시립미술관 특성화 방안'에 관한 포럼을 열었다.
대구예총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양현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책총괄연구실장은 '21세기 국공립미술관의 중장기 발전정책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지역 공공미술관의 특성화 방안 가운데 지역화, 국제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지역화가 우선이다"며 "근현대 지역 미술문화유산 보존, 동시대 지역 미술 진흥, 지역 주민의 미술 교육이 필요하다. 이 사업만 잘하면 차별화된 시립미술관을 만들 수 있어 국제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질의자로 나선 민주식 영남대 교수는 "시립미술관 성격을 뚜렷하게 부여하고 그에 따른 운영방식을 효율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미술의 역사와 동시대 미술 흐름 속에서 세계 미술계와 교감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야 한다. 시립미술관 역할에 대한 논의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국립대구박물관, 대구역사박물관 등 타 기관과의 관계를 신중히 생각하면서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카 구라야 동경 국립근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일본 지역미술관의 특성화 방안에 관한 사례 연구' 발표를 통해 "상당수 일본 지역미술관들이 세잔, 모네, 피카소 같은 화가의 걸작들을 구입하다 예산 부족을 경험했다"며 "지역 미술관은 지역민들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적인 미술관 소장품을 대관 전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천남 미술관문화연구소장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블록버스터전이 많았지만 모두 상업성에 치우쳐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한 전시가 없었다. 미술관 내부 기획력 없이 기획사에 의한 상업적 목적의 대형 전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세계적 미술관 소장품을 대관 전시하는 데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은 "공립미술관은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과 온란인 혼성으로, 학예사 중심에서 전문인력 중심으로, 작가 중심에서 지역민 중심으로 운영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장의 책임과 권한, 공공미술관이 어떤 기준을 갖고 지역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거나 전시를 열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신용덕 선재미술관 협력큐레이터의 질문에 대해 "목표와 비전에 맞는 조직 운영을 위해 예산권, 인사권이 관장에게 주어져야 하며 예술성과 함께 지역 미술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한 작가들을 선정하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양현미 연구실장이 사진비엔날레 특성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미치코 가사하라 수석큐레이터가 포럼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현대 일본미술과 사진 작품속에 나타난 현대 일본여성의 자의식'에 대해 발표하자 대구시가 시립미술관 특성화 방안으로 사진 장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사진 작품 가격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올해 두번째로 사진비엔날레가 열려 양질의 작품을 컬렉션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사진 작품을 구매할 수는 있으나 특정 장르 특성화 방침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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