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비밀]프랑스인과 커피

입력 2008-10-02 13:45:46

와인의 나라 프랑스는 1644년 마르세유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고 수입했다. 지중해 연안인 마르세유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만큼이나 이슬람권과 무역량이 많았고, 물자의 집산지로 부유한 상인들도 많았다. 1650년경 마르세유의 상인 '장드라 로크'는 동방의 콘스탄티노플을 여행한 후 많은 양의 커피를 가져왔다. 동료 상인들도 커피에 익숙해지자 1671년에 마르세유 상인거래소 주변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상인들과 선원들로 붐볐고, 거래소 주변 곳곳에 문을 열었다. 커피를 마르세유에서 수입한지 5년이 지나서야 파리 궁정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1669년 루이14세 때 오스만제국의 파리 전권대사가 많은 양의 커피를 가져오면서 파리의 귀족들이 커피에 매료됐다. 루이15세는 귀한 손님에게 궁정 식물원에서 직접 재배한 커피 열매로 접대하고, 커피관련 기구는 궁정 보석세공사에게 황금으로 제작토록 했다.

파리 최초의 카페는 1672년 아르메니아인이 열었으나 커피 보다는 술을 많이 판 결과 호응을 얻지못해 곧 문을 닫았고, 1686년에 코메디 프랑세즈 앞에 문을 연 '카페 프로코프'가 진정한 의미의 첫 카페이다. 프로코프의 주인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이주해온 프란치스코 프로코피오 데이 콜텔리로 이름의 프로코피오를 프랑스식으로 개명한 것. 프로코프는 저명한 시인'극작가'배우'음악가'철학자들이 출입하는 지식인들의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며 18세기 파리의 문학카페로 프랑스 정신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볼테르와 루소의 인연도 이곳에서 시작됐고, 나폴레옹도 청년 장교시절 단골이었다.

프로코프의 성공에 고무된 파리의 사업가들은 카페를 잇따라 열기 시작했고, 이 중 하나인 '카페 되 마고'는 베를렌'랭보 등 문인들,'카페 드 플로르'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단골이었다. '카페 드 라페'의 과시적인 인테리어는 왕족과 귀족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기도 하였다. 파리의 카페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연극'노래'춤 등 각종 공연을 유흥으로 제공하고, 나중에는 음식을 내놓기도 하였다. 급기야 혁명 전의 구체제시대에는 수백개의 카페가 생겨나고 시민들 사이에서 커피가 일반화 됐다. 커피의 출현으로 술집 연회가 사라지면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카페로 몰려나와 체스를 두거나 정담을 나누는 등 카페문화가 뿌리내렸다.

18세기 난세에 혁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파리 시민들은 카페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일을 도모해 공화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1789년 루이16세가 국민회의 소집을 선언하며 혁명으로 이어지는데 이 시대, 파리의 카페들은 프랑스 혁명사에 남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혁명주의자들은 뜰이 있는 카페가 많은 팔레 르와이얄에 모여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논쟁을 벌이고 집회를 여는 등 계몽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김영중(영남대사회교육원 커피바리스타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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