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한심한 대응…식약청 믿을 수 있나?

입력 2008-10-01 09:58:47

'적합' 제품으로 발표됐던 중국산 과자에서 30일 멜라민이 추가로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불신이 쏟아지고 있다. 식약청의 근무태만이 부른 화(禍)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식약청이 문제가 되는 중국산 유제품의 수거처리를 지자체에 상당 부분 떠넘기는데다 유통판매 금지품목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뒷북 행정에 울고=30일 식약청의 멜라민 검사결과가 뒤바뀌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식약청은 당초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123개 '적합' 품목 중에서 뒤늦게 과자류 2건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검사결과를 번복했다. 그 품목은 중국 나비스코푸드(수저우)가 제조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유통기한 2009.3.23)와 다냥데이브라이트푸드가 제조한 '고소한 쌀과자'(유통기한 2009.6.24)이다.

초교생 자녀 둘을 두고 있는 주부 이모(39)씨는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며칠 만에 뒤바뀌는 결과가 나오는 마당에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있겠느냐"며 "검사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유통·제조업계도 식약청의 뒤집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소매점 한 관계자는 "적합 품목 리스트에 포함된 과자가 갑자기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식약청의 검사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불신만 늘었다"고 말했다.

식약청의 사후약방문식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멜라민 파동이 국민 건강을 관리 감독할 식약청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이모(35)씨는 "식약청이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인체 유해 여부도 점검하지 않다가 멜라민 파동이 터지자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서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식약청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식품유통판매금지' 목록을 두고도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리스트를 일반 가정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 엑셀 파일로 만들었다가 파문이 빚어진 지 1주일 만인 30일 밤부터 PDF파일도 함께 올렸다. 주부 김민정(39)씨는 "엑셀 프로그램이 없으면 파일을 열지도 못하는데 공무원들의 편의에 따라 목록을 만들고 홍보한다고 하니 황당했다"며 "차라리 모든 과자 종류를 사먹지 말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떠넘기기식 행정에 또 한번 울고=식약청의 떠넘기기식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식약청이 수거·보관 업무를 지자체에 상당 부분 떠넘겨놓고도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대구 식약청에 멜라민 수거·봉인 관련 정보를 요청해도 '본청에 문의하라'고 할 뿐,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자료 공개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 한 공무원은 "식약청이 소규모 슈퍼마켓, 문구점 등은 기초자치단체로 떠넘기고 식약청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백화점·대형 유통업체 등에 대한 점검 활동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구식약청은 30일 직원 12명과 소비자감시단으로 점검반을 가동, 대형 마트와 백화점 식품매장 등에서 멜라민 추가 검출 제품인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치즈' 2점을 압류하고, 멜라민 의심 제품 150㎏을 봉인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시는 구·군청 보건위생 공무원, 소비자감시단 등 371명을 동원해 소규모 슈퍼마켓과 학교 주변 문구점 등 1천290여개 업소를 점검,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5개 멜라민 함유 제품 22.34㎏을 회수하고 우려 품목 1천329㎏을 봉인했다.

주부 이모(38) 씨는 아이들 간식이 염려돼 식약청에 문의했다 불성실한 직원의 답변에 기분만 상했다. 이씨는 "홈페이지를 봐도 어떤 제품을 먹지 말아야 할지 몰라 식약청에 문의했는데, '홈페이지를 참고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더라"며 언성을 높였다.

대구 식약청 관계자는 "본청에서 모든 자료를 통제하고 있고 본청의 일정을 맞추다 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자체 인력이 많지 않아 지자체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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