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 절대 포기 마세요"
영남대에는 '천마만학회'라는 학생들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가입조건이 독특하다. 일단 나이가 30세를 넘어야 모임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 모임을 발족할 당시 30세 이상의 학부생, '만학도의 모임'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천마만학회 회원은 현재 50여명으로 불었다. 회원들 대부분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혹은 개인적인 사유로 제때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이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월(53·경영학부 4년·사진)씨도 그런 사유로 대학교육을 포기했다가 지난 2005년 꿈에도 그리던 대학에 입학을 했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인 만큼 그들의 '내리사랑'은 각별하다. 그래서 창립 첫해부터 매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학교에 장학금 명목으로 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지난 26일 이들은 300만원을 모아 우동기 총장에게 건넸다. 지난해에도 500만원을 선뜻 내는 등 5년 동안 꼬박꼬박 학교에 낸 장학금이 벌써 1천500만원을 넘었다.
이씨는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기지만 모두 동생, 자식 같은 학생인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우리가 받았던 상처와 슬픔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조금이나마 도와주자고 나섰지요.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체를 이끌고 있는 이씨는 이 모임에서 '홍일점'이다. 회원 중 나이가 가장 많아 회장이 됐다고 겸손해 하는 이씨는 4년 평균평점이 3.8점으로 대단한 학구파다. 남들보다 늦게 배운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동기 유발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지역 경기불황으로 경영살림이 팍팍해졌지만 한 번도 수업을 빼먹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을 실제 경영현장에 접목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늦었지만 용기를 내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경영학 공부를 한 것은 잘한 것 같아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씨는 요즘 젊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절대 배움에 대한 기회를 포기하지 마세요. 사회에 나가보면 교육이 왜 필요한지 실감하게 될 겁니다. 또 젊음의 상징인 패기를 가지세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너무 팽배해 있어요. 너무 안전한 삶만 추구하려고 한다면 평생 발전은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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