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한나라 내분 불씨되나?

입력 2008-09-30 10:00:17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주로 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으나 이제는 의원들 간의 다툼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발단은 지난 27일 경기 부천이 지역구인 차명진 대변인의 논평. 차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감한 수도권 규제완화문제에 대해 언급, "수도권 공장 규제 철폐야말로 돈 한푼 안들이고 대한민국 성장 잠재력을 증가시키고 침체에 빠진 경기를 회복시키는 핵심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변인 명의의 논평이기 때문에 당의 공식입장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강원도당 위원장인 이계진 의원이 29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공당 대변인 지위를 이용해 일부 수도권 광역지자체장의 대권가도 발판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강력 경고한다"며 "국가 분열을 획책하는 아전인수격 논의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영남과 충청지역 의원들이 여기에 가세했다. 김성조 의원(경북 구미갑)은 30일 "전국 231개 지자체 종합 평가 결과 상위 50위의 82%를 서울·수도권이 차지했다"며 수도권 집중을 비판한 자료를 제시한 뒤, "지방을 먼저 배려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을)도 "지방에 먹고살 대책부터 마련해주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앞서 송광호 최고위원(충북 제천·단양)은 28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재앙이 온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 비수도권 의원들은 '지방 균형 발전이 먼저'라는 내용의 공동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공동회장 김관용 경북지사, 이낙연 국회의원)도 29일 "수도권 규제완화 노골화를 우려하며,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동대문이 지역구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수도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는 지난 10년간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동반발전'이란 개념을 상정해야 한다"고 말해 일부 규제철폐를 강조하면서도 지방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 역시 지역발전과 규제완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등 당 지도부는 어느 한쪽의 손도 명확히 들어주지 않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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