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를 보자] 머피의 전쟁

입력 2008-09-27 08:24:35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린 영화 중에 흥미롭게 본 영화가 두편 있다.

하나는 로버트 미첨과 독일 배우 쿠르트 율겐스 주연의 '상과 하'(1957년)이다. 미군 구축함과 독일 유보트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물 위와 물 아래, 적과 적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묘한 인간성을 나누는 스릴과 남성미 넘치는 영화였다.

다른 한편은 이번 주 EBS 일요시네마(28일 오후 2시 40분)를 통해 방영되는 '머피의 전쟁'(1971년)이다. 감독은 제클린 비셋, 닉 놀테 주연의 '디프'(1978년)를 연출한 피터 예이츠이다.

'머피의 전쟁'이란 제목처럼 머피라는 남자가 거대한 독일군에 맞서 싸우는 개인 전쟁을 그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남미의 영해에서 영국 상선이 독일 유보트의 어뢰를 맞고 침몰한다. 악랄한 유보트 승무원들은 탈출하려는 영국인들을 기관총으로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상선의 승무원인 머피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머피는 프랑스인 루이즈와 여의사 하이든의 간호로 건강을 회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유보트의 습격으로 배가 침몰하고 사람들이 사살됐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전쟁이 다 끝나 가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독일군 잠수함이 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부상당한 영국군 비행사가 바닷가에 떠밀려오고, 독일군 잠수함의 선원들이 해안에 상륙해 비행사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자 마을 사람들은 머피의 말을 믿고 공포에 질린다.

이제 머피는 2차 대전이 아니라 휴머니즘 차원에서 전쟁을 준비한다. 추락한 비행기를 인양해 수리한 뒤에 사제 폭탄을 장착하고 유보트를 찾아 나선다. 결국 유보트의 대공기관총 총알세례를 뚫고 폭탄투하에 성공하지만, 곧이어 유보트의 반격이 시작된다. 유보트는 머피의 비행기와 인근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아무 죄도 없이 희생당하는 원주민들을 바라보면서 머피는 다시 한번 복수의 칼날을 간다. 머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이 열연한다. 그는 소시민적인 이미지에 영웅적인 면모까지 갖춘 배우이다. '머피의 전쟁'은 특히 피터 오툴의 캐릭터를 잘 살린 영화이다. 열악한 무기에 단신으로 비열한 독일군을 물리치는 영웅적인 전사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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