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문수 지사님 너무 하십니다'

입력 2008-09-24 06:00:00

요즈음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한 기사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정부가 '선 지방발전 후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균형발전은 공산당도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강한 비난과 함께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문수 지사가 누구인가? 김 지사는 1970, 80년대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생활을 하기도 하였고 이후에도 항상 강자보다는 약자의 이익을 대변해온 투사의 이미지였다. 그러한 정치를 통해 오늘의 그가 있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항간에는 김 지사의 잇따른 돌출행동은 더 큰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분명 잘못되었다. 지방을 무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만 요구하는 것은 사회 전체와 약자를 생각하는 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국토 전체의 12%에 불과한 면적을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100대 기업 본사의 92%가 모여 있다. 세계 어느 지역을 보더라도 수도권에 이처럼 경제와 인구가 집중된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수도권의 비대한 발전은 과거 정부의 불균형 성장정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전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모든 면에서 피폐 그 자체였기 때문에 우선 경부축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라 전체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했었다.

그 결과 수도권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오히려 지방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화되어 수도권만 있고 지방은 없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수도권의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지방의 일방적 희생을 담보로 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면적이 경기도, 경상남도보다 큰 경북북부지역 11개 시군은 한 해에 작은 군단위 규모에 해당하는 2만명씩 인구가 줄어들어 한때 170만명을 자랑하던 인구가 70여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아직까지 LNG가 공급되지 않아 가구당 월 5~10만원씩의 연료비를 더 부담하는 등 전국의 대부분 낙후지역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문제 이상으로 수도권에서 상상도 못할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낙후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50개 지역 가운데 80%가 영·호남이며 여기에는 김 지사가 낙후되었다고 주장하는 경기 북부지역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거시적 안목도 저버리고 경기도에만 한정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음은 기대를 실망으로 보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일 김 지사의 말대로 또다시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면 새로운 기업들뿐 아니라 그나마 힘겹게 지방을 지켜오던 기존의 기업들조차 수도권으로 몰려들게 됨으로써 불균형 발전으로 말미암아 지방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일련의 행보는 '참으로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조차 잊어버린 채 어떤 연유인지 경기도와 수도권을 위한 대변에만 골몰하고 있음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김 지사가 보다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수도권 밖에도 수도권만큼의 국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정지역만을 위한 투사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나라 전체를 걱정하며 행동하던 김 지사의 지조와 용기 있는 행동을 다시금 기대해 본다. 그것이 바로 김 지사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김휘동 안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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