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 예산안이 뒤늦게 여야합의로 처리되긴 했지만 추석 직전 추경안처리 실패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사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다. 홍 원내대표는 여권내 신주류로 불리며 당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섰으나 추경안 처리 무산 이후 친이재오계 등 소장파들로부터 퇴진요구까지 받을 정도로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반면 그동안 '원외'의 한계 때문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박희태 대표의 위상은 높아지면서 여권 상층부의 권력지형도에 미세한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모처럼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가진 박 대표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박 대표를 중심으로 노력해 달라"는 말을 듣는 등 위상변화를 실감했다.
박 대표 측근들은 "추경안 처리 무산에 따른 폭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제대로 일을 해냈다"고 자평하면서 "당 대표로서 당헌에 규정된 대로 권한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앞으로 원내문제 조율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위상변화와 관련, 한나라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역할을 하는 것이)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대표의 힘과 위상은 이 대통령이나 누가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박 대표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즉 지금까지 박 대표 스스로 '원외'라는 한계를 의식, 소극적으로 활동해온 것이 대외적으로 위상약화로 비쳤고 상대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강한 성격과 대비되면서 홍 원내대표가 더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그동안 매달 박 대표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해왔다"며 박 대표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당정청을 묶어서 이끌고가는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외견상의 위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가 원외라는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무게를 지닌다.
홍 원내대표는 추경안 합의처리 이후 퇴진론을 단숨에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뒤 상처입은 원내리더십 회복을 위해 국정감사 진두지휘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는 소장파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당분간 몸을 낮추고 소장파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당내소통 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를 위해 금주부터는 각 상임위 및 시·도당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원내 현안을 설명하기로 했다. 그래서 당의 두 축인 박 대표뿐만 아니라 홍 원내대표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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