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유비무환

입력 2008-09-19 08:52:57

곱씹어 느끼지만 이 세상에서 저절로 얻는 교훈은 없다. 누구든 세파에 수많은 곡절을 겪고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삶의 방법과 지혜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게 된다. '유비무환'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생존 지략이란 것을.

페넌트 레이스의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세가지가 있다. 주전 선수의 부상이 없어야 하고 선수층이 두터워야 하며 구단과 선수단의 마찰이 없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고 준비하는 사실이지만 시즌 내내 이를 모두 갖추는 구단은 드물다.

배영수의 부활과 두터운 선수층을 앞세워 금년 시즌 우승을 목표로 진군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채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개막 후 5연승의 기세는 간데 없고 선발 투수와 중심 타자의 부재로 때이른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전병호와 심정수를 2군으로 보낸 4월도 우울했지만 배영수, 웨스 오버뮬러의 부진과 함께 박한이의 부상과 크루즈의 퇴출, 양준혁의 2군행으로 5월은 더 심란한 지경에 빠졌다. 그나마 박석민과 최형우, 채태인 등 신인들의 분전으로 체면을 유지했지만 임시변통도 한계가 있었다.

6월 들어 권혁과 안지만마저 빠지며 드러난 중간 계투진의 붕괴 조짐은 전례없는 대량 실점의 연패로 이어져 팀을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았다. 급기야 7월 초순에는 외국인 선수 오버뮬러와 톰 션의 퇴출을 결정하면서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마음을 비워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 창단 이래 이토록 많은 부상 선수와 주전급 선수들의 2군행은 처음 있는 일.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가장 긴장하며 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부서가 있었으니 바로 트레이닝 담당 부서였다. 부상 및 컨디션 난조인 선수가 속출하면서 신속하게 돌봐야할 선수가 평소보다 몇 배로 늘어난 데다 당장 경기에 나설 대체 선수들의 컨디션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경기 전후의 스트레칭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및 체력 관리도 소홀히 할 일이 아니었고 빠져나간 선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늘어난 중간 계투진의 피로도 증가해 밤늦은 마사지로 연일 녹초가 됐다. 매일 병원에 들러 부상의 상태를 체크하거나 재활훈련도 점검해야 했다.

사실 국내 구단의 트레이닝 코치와 트레이너의 보유인원은 평균 4, 5명 정도다. 그러나 삼성은 트레이닝 코치 4명, 트레이너 4명, 전문 마사지요원 1명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수준. 선수들의 몸이 곧바로 재산인 데다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주전급 선수들의 관리가 절실해 기존의 4명에서 2004년부터 매년 한명씩 늘려 체계적인 선수 관리에 대비한 것이다.

7월16일 부진한 외국인 투수 퇴출에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 합류하면서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삼성은 올림픽 휴식기에 재무장, 21승9패로 기사회생했고 기적처럼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듯 야구의 페넌트 레이스도 인생처럼 몇 번의 반전 기회가 온다. 위기를 딛고 일어난 삼성을 통해 유비무환의 교훈을 한번 더 생각해 본다.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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