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독학, 개천미술대전 대상 수상 손동환씨

입력 2008-09-19 06:00:00

▲ 손동환씨
▲ 손동환씨
▲ 대상작
▲ 대상작 '명경대의 만추'

"미숙한 그림인데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게 돼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대구역 옆 번개시장에서 20여년 동안 그릇을 판매하고 있는 손동환(57)씨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58회 개천미술대전(예총 진주지부 주최) 한국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거의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 그에게 최고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명경대의 만추'다. 지난 3월 금강산을 찾아 만물상 등 비경을 카메라에 담은 뒤 이를 화폭에 옮긴 작품 중 하나다.

합천이 고향인 손씨는 어릴 때 유난히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미술 경시대회에 나가면 입상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미술 공부는 그림의 떡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늘 가슴 한구석에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1981년 30세가 되어서 그림을 그려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사업 실패로 또 한번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1985년 번개시장에 '동환스텐'이라는 작은 가게를 열면서 그렇게 열망하던 붓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림 책을 사서 따라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붓을 놓았던 탓이었을까. 곧 한계에 부딪혔다.

"타고난 소질도 노력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 보고 모방하다 보니 중국 관념산수화만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위해 2004년 대구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했다. 여기서 조약돌 화가로 알려진 남학호 화백을 만나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한국적 미감으로 한국적 산야를 그린 진경산수화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림 공부에 대한 그동안의 배고픔을 반영하듯 손씨는 장사를 하면서도 그림을 그렸다. 가게 한 구석에는 늘 캔버스가 펼쳐져 있었다. 손님의 발길이 뜸하면 어김없이 붓질을 했다.

"붓을 잡으면 사춘기시절 연예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렙니다. 먹색과 선이 잘 나올 때는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꾸준히 그림을 그리게 된 원동력이었습니다."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으면서 그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한국화대전 특선, 경향미술대전 우수상, 소치미술대전 특선 등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녹록지 않은 실력을 입증했다.

한가위를 앞두고 날아온 낭보에 어느 때 보다 즐겁고 풍요로운 연휴를 보냈다는 손씨는 "세 딸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고 그림에 미친 남편 뒷바라지를 해 준 아내가 가장 고맙습니다"고 했다.

또 전시회에 대해서는 "남에게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돼야 전시회를 열 수 있겠지요"라며 아직 배우는 중이라 계획이 없다며 겸손을 표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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