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추경처리 합의" 지원사격…다시 힘 얻은 홍준표

입력 2008-09-18 09:53:01

"민주당은 내가 잘리는 게 겁나는가 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민주당 및 자유선진당 원혜영, 권선택 원내대표와 추경안처리협상을 타결지은 직후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향후 자신의 거취가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를 시사하는 뼈있는 농담이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사보임절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추경안 처리를 무산시킨 원내대표단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고 평가될 만큼 지금까지의 여야협상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래서인지 18일 오전 확대당직자회의가 시작됐는데도 홍 원내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경안 처리의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모처럼 기분 좋게 대취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민주당이 추경안 처리에 합의해준 것을 두고 원혜영 원내대표 등 야당 측이 '홍반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추경안처리 무산 이후 예결위 표결 처리를 주도한 한나라당 이한구 예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홍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가 친이소장파들의 공격을 받는 등 당내에서 궁지에 몰리자 "한나라당의 강경파가 합의 처리를 무산시키고 일방 처리를 기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홍 원내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17일 오전 열린 원내대표회담에서 곧바로 추경안 처리에 합의한 것도 민주당 원 원내대표 등이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도 "가장 편한 협상을 했다. 원 원내대표와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엄청 봐준 것 같다. 앞으로 당에서 계속 자른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측의 이 같은 홍 원내대표 '지원'은 홍 원내대표가 교체될 경우, 향후 정국에서 민주당에 득될 것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다. 즉 홍 원내대표가 원칙에 충실한데다 비교적 야당을 잘 이해하고 있고 청와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가 교체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야당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홍 원내대표는 상처난 지도력과 대야 협상력을 회복하는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추경 이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홍 원내대표의 입장은 그대로 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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